민주노동당에 불법 후원금을 내 징계를 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손을 들어준 재판장이 최근 페이스북에 정치적 발언을 올려 논란을 빚은 바 있는 최은배 인천지법 부장판사(45·사법고시 32회·사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판결을 그 자체로 순수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판사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간 판결로 봐야 할지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판사들의 정치적인 견해 표명을 자제해야 한다는 쪽에서는 “판결의 정당성은 차치하더라도 판결에 의심을 품게 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판사의 정치적 견해 표명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노명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 부장판사가 양심에 따라 판결했을 것으로 믿는다. 하지만 판사가 정치적인 의견을 판결 이외의 방식으로 드러낸 것 때문에 판결에 대해서도 국민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최 부장판사는 정치적 발언을 해서 국민이 선입견을 갖도록 했다”며 “페이스북에 민감한 정치적 글을 올린 직후 논란의 소지가 많은 판결을 내림으로써 국민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했다.
반면 판사도 정치적 쟁점에 대해 자신의 주관적 견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쪽에서는 “판결은 판사의 주관과 상관없이 그 자체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 부장판사가 판결한 전교조 교사 징계 사건은 이념을 떠나 사실과 법리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며 “판사 개인의 견해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판사도 국민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가 있어서 어떤 발언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판사가 특정 사안에 대한 정치적 편향성을 밝혔을 때에는 관련 사건의 재판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하 교수 역시 “국가보안법같이 다분히 이념적인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면 법관은 관련 사건 재판을 맡았을 때 회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8조와 민사소송법 제43조는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기피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방법원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법관이 사건 당사자와 친인척 사이거나 사건에 연루된 경우로 한정하고 있어 법관의 정치적 견해를 사유로 기피 신청을 하기는 어렵다”며 “법관의 정치적 견해 표명에 대한 논란과 함께 이를 기피 사유로 할 수 있는지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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