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직후 인신매매를 당한 어머니와 중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 군은 2009년 아버지의 학대를 피해 먼저 한국으로 도망친 엄마를 만나려고 중국 국경을 넘었다. 3시간 넘게 산을 넘어 3일 새벽 라오스 땅에 도착했지만 검문에 붙잡혀 다음 날 오후 중국과 라오스 국경 지역인 모딩 이민국 수용소로 보내졌다.
어머니는 3일간 수용소 앞에서 기다리며 아들 면회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상급기관에서 허락해주지 않아 면회를 시켜줄 수 없다’는 수용소 측 태도에 감정적으로 격해진 어머니는 자살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 모자를 도와온 북한인권개선모임 측은 국제앰네스티 아시아담당관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허베이(河北) 성 공안국에서 이 군을 중국으로 데려갔다. 김희태 북한인권개선모임 사무국장은 “아이가 아버지로부터 다시 학대를 당할 것이 가장 우려된다”며 “이 군의 어머니는 ‘아이를 살려보겠다고 데리고 나왔다가 결국 내 손으로 죽게 만들었다’며 자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법적으로 되찾기 위해 베이징(北京)에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으로 가 친자확인 절차를 밟고 이 군의 출생신고를 하기로 했다. 부모가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이 군은 그동안 혼외출산 자녀로 아버지 호적에만 올려져 있었다. 친자확인과 출생신고를 마치면 이 군은 기존 중국 국적에 어머니의 한국 국적까지 더해 이중국적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인권개선모임은 이 군처럼 인신매매를 당한 탈북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나 사실상 방치되는 아이들의 인권을 보살펴 달라는 진정서를 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 여성의 자녀는 최대 10만 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이들은 어머니가 북송되거나 가출하면 대부분 아버지로부터도 버림을 받고 사실상 무국적 상태로 전전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중국과 한국 정부가 서로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고 손놓고 있는 사이 미국 하원의원들은 탈북고아 입양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인도적 차원에서 한국 정부도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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