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친노 통합결의, 뺨때리고 입막고 주먹다짐… 후유증 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 찬성-반대파 격렬한 몸싸움

시민통합당과의 통합 결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체육관에서 개최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행사 전부터 통과가 공식 선언될 때까지 7시간 가까이 곳곳에서 부딪치며 극심한 혼란을 빚었다. 욕설과 몸싸움, 주먹다짐이 속출했다.

행사 시작 전부터 주변에는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민주당을 죽인다’란 스티커가 곳곳에 나붙었다. ‘밀실정치, 야합정치 지도부는 떠나라’ ‘민주당 해산하는 현 지도부는 자폭하라’는 플래카드도 곳곳에 내걸렸다.

험악한 분위기를 예상한 듯 전대준비위원회는 행사장 입구에 지문인식 명부 단말기를 설치했다. 전대에 지문 인식기를 동원한 것은 처음이다. 행사장 출입구는 3개였지만 개방된 곳은 하나뿐이었다. 외부에서 고용된 경호업체 직원 20여 명이 ‘스태프(진행요원)’라고 쓰인 명찰을 달고 ‘순찰’을 돌았다. ‘대의원만 입장시켜 폭력 행위 등 불상사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각종 방안이 동원된 것이다.

반대파들은 지문 인식기에 대해 “우리가 미국 9·11테러 사건을 일으킨 알카에다라도 된다는 것이냐” “우리가 범죄자냐” 등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후 1시경엔 반대파의 한 대의원이 지문 확인 절차에 반발하다 대의원증을 교부하던 30대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렸다. 인근에 있던 당직자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경호업체 직원들이 폭행한 대의원을 막아서자 다른 반대파 대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순식간에 20여 명이 뒤엉켰다. 반대파들은 서너 차례 단말기에 연결된 랜 선을 끊어 실력 행사에 나서기도 했다.

전대 구성 요건인 의결 정족수(5282명)가 구성되지 않아 전대는 47분 지연된 오후 2시 47분 시작됐다. 대의원들이 한꺼번에 하나의 입구로 몰려 극심한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전대 개최 선언이 이뤄진 뒤에도 어수선함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오후 3시 10분경엔 반대파 대의원 10여 명이 “중앙당이 불참한 대의원들의 대의원증과 주민등록증을 미리 받아 다른 사람들을 대리 참석시켰다”고 주장하다 20여 분간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손학규 대표는 인사말에서 “야권 통합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통합 찬성을 독려하면서 “민주당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더 커지는 것이다. 당명도 그대로 유지된다”며 ‘당 해체’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상당수 대의원은 손 대표 발언 중간 중간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그러나 곧이어 이어진 찬반토론(4명)에서 박지원 의원은 반대 토론자로 나서 통합 부결을 호소했다. 그는 “당의 깃발을 내리면 이제 우리 대의원, 당원은 없어진다”며 “무엇이 급해서 그렇게 몰아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4시 19분 시민통합당과의 합당 여부를 묻는 찬반 표결이 진행됐다. 오후 5시 50분 투표 종료 선언과 최종 집계까지 끝냈지만 당헌상의 ‘정족수’를 어떻게 볼지를 둘러싼 논란으로 발표 예정 시간(오후 6시 10분)을 넘겨 한동안 우왕좌왕하자 반대파들은 “(투표를) 다시 해!”를 외쳤다.

오후 7시 49분 손 대표 등 지도부가 당헌의 최종 해석권을 지닌 당무위원회를 긴급 소집하자 체육관 2층 회의장 앞에는 수십 명의 반대파 대의원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소파로 복도를 가로막아 당무위원의 회의장 진입을 방해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오후 9시 45분경 당무위에서 ‘만장일치’로 시민통합당과의 통합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반대파들은 물병과 음식물을 집어던지고 의자와 카메라 기자들의 취재용 사다리를 걷어차며 거칠게 항의했다. 이를 말리던 당직자, 용역업체 직원 100여 명이 뒤엉켜 드잡이를 벌였다.

이석현 전대 의장이 오후 9시 54분에 ‘통합 결의안 가결’을 선언했지만 몸싸움은 5분가량 더 지속됐다. 누군가가 “법으로 대응하자!”라고 고함을 치자 멈췄지만 일부 반대파는 “이 ××들, 당을 팔아먹은 놈들”이라며 분을 삭이질 못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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