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인 민주당 정장선 사무총장(53·경기 평택을)이 12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의원으로는 처음이다. 정 총장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야권에서도 인적 쇄신론이 점화하는 분위기다.
정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4대강 사업 예산’을 두고 국회가 난장판이 됐을 때 제도적 보완장치를 만드는 노력을 해 보고 그래도 이런 일(국회 폭력)이 생기면 출마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며 “11월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또다시 단독 처리되고 본회의장에서 최루탄까지 터지는 것(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을 보면서 불출마를 심각히 고민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3선이나 했는데 국회가 나아지는 데 아무런 역할과 기여를 하지 못해 국민께 송구하다”며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작금의 상황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울먹였다. 정치권의 구태와 국민 불신을 불출마 사유로 꼽은 것이다.
전날 의결 정족수 논란과 폭력으로 얼룩진 전당대회가 그의 불출마 선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당 사무총장으로서 전대의 실무 책임자인 그가 전당대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사무총장은 “불출마 선언 문구는 오래전 아이패드에 써두었지만 사무총장으로서 전대를 마무리 짓는다는 생각에 오늘 발표하게 됐다”고 시인했다.
자신의 선택이 당내 의원들의 ‘불출마 도미노’로 이어질 것인지를 묻자 “내가 누구하고 같이 불출마 선언을 하자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며 “사전에 손학규 대표와 상의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정 사무총장은 중도 성향의 온건파로 분류된다. 대통령비서실 정무과장(김영삼 정부), 경기도의원을 거쳐 16∼18대 총선에서 내리 3선에 성공했다. 최악의 국회라는 18대 국회에서 지식경제위원장을 지낼 때는 합리적 성품과 원만한 의사진행으로 지경위를 고성과 파행, 정쟁이 없는 ‘3무(無) 상임위’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초에는 국회 자정을 위한 여야 의원 모임의 한 축으로 참여해 국회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국회 선진화법’의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손 대표의 최측근이면서도 한미 FTA와 관련해 ‘강경 대응’을 주문한 손 대표와는 달리 “어떻게든 합의 처리를 도출해내야 한다”며 협상파 활동에 참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전사 출신으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발한 뒤인 지난해 5월 장남(22)이 해병대에 자원 입대에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정 사무총장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평가가 좋은 사람을 은퇴하게 만드는 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정치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떠나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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