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재창당을 주장하는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한나라당이 균열 조짐을 보이자 박근혜 전 대표가 직접 나섰다. 김성식 정태근 의원이 탈당하고 쇄신파로부터 ‘불통’ 공격을 받은 지 하루 만이다. 그만큼 당 분열에 대한 우려와 내년 총·대선에 대한 공포가 당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는 14일 쇄신파 의원들을 직접 만나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과 개혁을 이뤄내겠다”며 당 쇄신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와의 면담 이후 “박 전 대표와 우리의 의견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화답했다. 두 의원의 탈당으로 당내 갈등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가운데 일단 ‘재창당 논란’은 수습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박 전 대표는 15일 오전 열리는 의원총회에도 참석해 의원들의 다양한 주문과 요구를 직접 듣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같은 날 오후 상임전국위원회를 열어 박 전 대표가 이끌 비상대책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을 당헌에 명시할 예정이다. 박 전 대표의 의총 참석은 2009년 5월 21일 원내대표 경선 의총에 참석한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 쇄신파와의 직접 소통
박 전 대표는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03호에서 쇄신파 대표들과 1시간 30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쇄신파에서는 남경필(4선) 임해규(재선) 권영진 김세연 주광덕 황영철 의원(이상 초선)과 친박(친박근혜)계이면서 쇄신파와 같이 활동해온 구상찬 의원 등 7명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는 면담에 앞서 “서로 소통이 안 된다는 얘기를 (언론) 보도에서 봤다. 의총이 열리는 동안은 제가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차원에서 가만히 있었다. 앞으로 다 만나겠다”며 향후 ‘소통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후 비공개 면담에서도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쇄신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황영철 원내대변인은 면담 이후 브리핑에서 “박 전 대표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생을 챙기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걸 비대위에서 하는 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그렇게 신뢰를 얻으면 당명을 바꾸는 것도 국민이 이해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 가면 당명을 바꾸는 걸 논의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대한민국 정당 역사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만들겠다. 인재들이 모여들게 하겠다. 거기엔 우리의 희생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한나라당을 믿어준다”고 했다. 박 전 대표는 그러면서 “뼛속까지 바꾸자”는 말도 했다는 것.
김성식 정태근 의원과 함께 ‘동반 탈당’을 시사했던 권영진 의원은 면담 이후 “박 전 대표가 ‘탈당한 의원들의 복당을 위해 인간적으로 노력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며 “(박 전 대표가) 15일 의총에 나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새로운 소통”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회동 시간과 장소를 언론에 공개하자는 쇄신파의 요구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탈당한 두 의원이 당장 복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탈당계를 낸 김 의원은 “암에 걸린 한나라당에 아스피린 정도를 투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 대수술을 실천으로 옮기는 게 중요하다”며 복당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 의원도 “누구와도 만날 자세가 돼 있지만 당에 복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혼란 조기수습 강한 의지 표현
박 전 대표의 이날 행보는 당의 혼란을 조기에 수습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자신의 불통 이미지를 털어냄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고 비대위 출범 전 잡음을 없애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날 박 전 대표의 쇄신 구상은 지금까지 밝혀 왔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두 의원이 탈당까지 감행하며 요구한 ‘재창당 결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비대위가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럼에도 쇄신파는 “재창당을 뛰어넘는 개혁”이라는 박 전 대표의 말에 꼬리를 내렸다. 봉합 과정이 너무 싱거워 “이럴 거면 12, 13일 의총에서 왜 그런 난리를 쳤느냐”는 말이 나온다. 탈당한 두 의원만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한편 친박 진영에서는 쇄신파의 일부 의원이 최근에도 박 전 대표를 만났다고 밝혀 재창당 충돌→탈당→봉합이란 일련의 과정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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