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 변호사 “허깨비 쫓아 헛다리-헛소리… 정치권 보면 ‘3헛’ 생각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16일 03시 00분


“지난번 동아일보를 통해 밝힌 것처럼 ‘국회의원 안 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킨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보수시민사회 후보로 나섰다가 뜻을 접었던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사진)가 15일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분명히 밝혔다.

▶본보 9월 28일자 A1면 이석연, 출마포기 검토


내년 4·11 총선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계 인사들이 정치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등 ‘정치의 계절’이 시작됐지만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한눈’을 팔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변호사가 전격 사퇴하자 일각에선 한나라당과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이 변호사가 국회의원 자리를 내락 받은 것 아니냐는 의심 섞인 시각도 있었지만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이 변호사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중도통합신당(가칭 선진통일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14일 만났다. ‘신당 공동대표를 맡아 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고사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박 이사장이 몇 번이나 만나자고 연락을 해와 만났다. (박 이사장이) ‘도와 달라, (신당의) 공동대표를 맡아서 같이 하자’고 했는데, 내가 ‘동참하기 어렵다’고 대답하자 (박 이사장이) 서운하게 생각하더라”고 털어놨다. 박 이사장은 서울시장 선거 당시 이 변호사를 시민 후보로 추대하는 데 앞장섰다. 이 변호사로선 박 이사장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바꿀 수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 변호사는 “정치권의 이합집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신당에 대해서도 참여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권 밖에서도 할 일이 많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새는 게 많다. 이걸 철저히 바로잡아야만 선진 시스템으로 간다”며 앞으로 예산낭비감시운동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공기업의 눈먼 돈을 철저히 감시하고 예산집행 과정에서 국민이 참여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법률 제정 작업도 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는 “공익소송을 통해서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고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 줄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헌법소원도 준비하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하면서 뼈저리게 느꼈는데 국민의 눈물과 한숨을 닦아주는 그릇이 부족하다. 정치권 밖에서 그걸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수도이전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이 변호사가 새로운 시민운동의 영역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제가 여의도(국회 진출)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인데, 여야 모두 자기네들 가는 길이 최고라고 하는데 사실 국민은 별로 관심이 없다. ‘안철수 현상’이라는 것에 기대서 하는 사람들도 (국민의 진정한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 채) 뭔가 헤매고 있고, 이벤트성 행사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를 막론하고 허깨비를 쫓아서, 헛다리를 짚고, 헛소리 하는 것같이 들린다. ‘3헛’이다. 확실히 정치권이 뭔가 착시현상에 빠져 있다”고 기성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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