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박근혜 비대위’ 19일 출범… 총선-대선 체제로
朴 “친이-친박 하나 되자”… 친박 “계파 해체 선언할것”
고심의 朴 15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된 박근혜 전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의총 직후 열린 상임전국위원회에서는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비대위에 최고위원회의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공룡’ 한나라당을 어깨에 짊어지고 정치의 전면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15일 의원총회를 열어 ‘재창당 논란’을 수습하고 박 전 대표를 사령탑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 최고위원회의의 모든 권한을 넘겨받아 당의 대대적인 쇄신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19대 총선을 진두지휘한다. 사실상 한나라당은 조기 총선체제로 전환되는 셈이다.
박 전 대표로선 ‘차떼기 정당’ ‘탄핵 파동’으로 한나라당이 좌초위기에 처했던 2004년 3월 이후 두 번째로 한나라당의 명운을 좌우할 구원투수로 나서게 됐다. 한나라당 쇄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돌아선 민심을 되돌리고 총선에서 승리를 하느냐 못 하느냐는 그의 대선 운명과 직결된다. 그가 받아든 잔이 ‘축배’가 될지 ‘독배’가 될지는 현재로선 누구도 알 수 없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며 “짧은 시간에 국민에게 다가가고 국민 삶을 챙기고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민과 함께 하느냐에 당의 명운이 달렸다”고 말했다. 친박(친박근혜)계 한 인사는 “박 전 대표는 당과 자신을 공동 운명체로 보기 때문에 대선 플랜을 보류한 것”이라면서 “박 전 대표가 웃을 수 있는 날이 어쩌면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는 만큼 해야 할 일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박근혜 비대위’ 출범에 발맞춰 친박계 의원들은 다음 주 계파 해체를 공식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친박계의 다른 인사는 “친박 의원들이 계파 해체를 천명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일을 추진해 나갈 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비상 대권 쥔 박근혜
한나라당은 이날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박근혜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고 박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했다.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서 기존 당헌상 당 대표의 모든 권한을 가지면서도 대선에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대위는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원회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 비상상황에서 설치되며 위원장 1인을 포함한 15인 이내로 위원을 구성한다. 비대위 설치 즉시 최고위는 해산되며 비대위가 최고위의 권한을 수행하게 된다. ▼ ‘공룡黨’을 짊어진 박근혜 “주어진 시간 많지 않다” ▼
비대위원장은 ‘대선 1년 6개월 전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 규정에도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 비대위는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과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 존속된다. 즉 전대가 열리지 않는 한 내년 총선 때까지도 비대위 체제가 유지돼 공천 작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개정안은 19일 열리는 전국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박 전 대표가 이끌 비대위는 전날 쇄신파와의 회담에서 언급한 대로 ‘재창당을 뛰어넘는 당 쇄신’을 위해 당명 개정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대대적인 쇄신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쇄신으로서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 인적 쇄신으로서의 공천 개혁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의총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말뿐이 아니라) 실천을 통해 ‘기대를 걸어도 좋겠다’고 인정받지 못하면 어떤 형식도 국민에게 허무하고 무의미하게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측근 인사는 “비대위 활동 속에서 자연스럽게 박근혜식 정책과 정치를 선보이며 대권 행보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박근혜 “하나 되자”, 친박 “해체 선언”
‘친박 종언’의 신호탄으로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의총에서 친박 2선 후퇴와 계파 해체를 주장했다. 최 의원은 “친박은 모두 물러나고 나도 당직 근처에 얼쩡거리지 않겠다”면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서 대권을 향하고 있는데 무슨 계파, 무슨 계파 등 이런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 의원도 “친박은 2선으로 후퇴해야 한다”면서 “언론도 보도할 때 친박계니, 친이(친이명박)계니 이렇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앞으로 당을 이끌 박 전 대표가 계파를 초월해 활동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박 전 대표도 “우리가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를 향해 우리 모두가 하나가 돼서 열심히 함께 노력해나가자. 이 말 속에 친이-친박 문제라든가 이런저런 문제가 다 녹아있다”며 사실상 계파 해체를 선언했다. 김성태 의원이 앞서 “박 전 대표가 의총이 끝날 무렵 발언대에 나와 ‘친박은 없다’고 선언해 달라”고 요구한 데 대한 화답이었다.
박 전 대표의 ‘입’ 역할을 해 온 이정현 의원도 이날 4년여 만에 사실상 ‘박근혜 대변인격(格)’ 직책을 내려놓았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갖고 활동하게 되는 만큼 대변인 역할을 공식 창구로 넘기고 업무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초당적 비대위에 대한 요청도 줄을 이었다. 쇄신파인 권영진 의원은 지난주 박 전 대표와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당시 박 전 대표가 ‘친이, 친박은 없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박근혜 비대위’ 구성과 운영 과정, 향후 당 쇄신 방향을 놓고 내부 진통도 예상된다. 우선 비대위에 전권을 부여하기로 한 개정안에 비판이 제기됐다. 조해진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대표최고위원 등 지도부를 당원이 뽑는 정당에서 비대위 설치를 (당헌에) 명문화하는 것은 쿠데타를 합법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창당 명문화’를 강하게 요구한 일부 쇄신파는 아직 못마땅해하는 표정이다. 정두언 의원은 “두 의원(김성식 정태근)의 탈당으로 달라진 것은 박 전 대표의 의총 출석과 ‘재창당을 뛰어넘는 쇄신’이라는 정치적 수사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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