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28세 김정은 불안한 후계…권력구도 요동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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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9일 15시 10분


■후계체제 어떻게

열병식 사열하는 김父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을 통치하게 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오른쪽). 사진은 2010년 10월 10일 개최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왼쪽)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 사열하고 있는 김정은. 김정은은 2010년 9월 28일 당 대표자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받으며 후계자로 지목됐다. 평양=AP연합뉴스
열병식 사열하는 김父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을 통치하게 된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오른쪽). 사진은 2010년 10월 10일 개최된 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왼쪽)과 함께 주석단에 올라 사열하고 있는 김정은. 김정은은 2010년 9월 28일 당 대표자회의에서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직책을 받으며 후계자로 지목됐다. 평양=AP연합뉴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7일 갑작스럽게 사망함에 따라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의 후계체제 안착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지난해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 기용되고, 대장 칭호를 받는 등 후계체제를 공식화한 만큼 당장 이를 뒤흔들 급변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급사로 초래된 권력 공백 상황에서 국정 경험 운영이 없는 김정은의 후계체제가 안착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 특히 북한 내 파워엘리트 간의 권력암투가 벌어지거나 반김정일 세력의 모종의 움직임이 표면화될 경우 앞으로 북한의 권력구도가 요동칠 가능성도 높다.

○ 김정은 후계체제 제대로 안착할까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지난 1년간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서 권력 승계과정을 밟아온 만큼 앞으로도 이 기조에 더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북한이 김 위원장의 장례위원 명단을 발표하면서 김정은을 가장 앞세운 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이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 김정은을 보좌하는 핵심실세를 거명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북한은 2008년 김 위원장의 건강 악화사실이 공개된 뒤 후계체제 구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해 지난해 김정은을 후계자로 발표한 뒤 권력 승계작업에 속도를 높여왔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28일 열린 북한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은 지 하루 만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등극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김정은을 후계자이자 3대 세습자임을 대내외에 공식화했다. 이후 북한은 각종 매체를 총동원해 김정은의 위상을 끌어올리기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수행단에서 서열 5, 6번째로 오르내리던 그의 이름은 이제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김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거론됐다. 조선중앙TV 등에는 김기남 최태복 비서 같은 원로 인사들이 깊이 허리를 숙여 김정은에게 인사하기도 했다.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도 잰걸음을 보였다. 원산농업대를 포함해 그가 현지지도를 나간 곳에는 이를 기념하는 표지비나 현판이 세워지는가 하면 아파트나 기차역에 김정은을 의미하는 ‘대장복’이라고 쓰인 대형 플래카드가 붙기도 했다.

올해 10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자강도 강계 트랙터 종합공장 시찰 기념사진에선 김 위원장이 권력의 중심을 나타내는 앞줄 가운데 자리를 비운 채 뒷줄에 선 모습이 포착돼 권력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음을 반증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북한의 각종 매체를 통해 드러나는 김정은의 위상 변화는 이를 가늠하게 해준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전문가는 “지난 1년간 북한 권력의 60∼70%가 김정은에게 넘어갔다고 볼 수 있으며 아버지의 급사로 나머지 권력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승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김정은이 ‘제왕학’ 수업을 착실히 밟았고, 지난 1년간 아버지의 후광과 핵심실세들의 지원으로 후계구도를 나름대로 공고화해 당분간 이에 반발하는 움직임은 일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의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데다 내년에 약속한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경제적 군사적 실익을 거두지 못할 경우 권력기반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어린애가 뭘 알겠느냐”는 불신과 냉소도 퍼져 있다고 한다.

또 김정일 1인 통치의 ‘거수기’ 또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던 당과 군 내부의 각 조직과 권력엘리트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보호 또는 강화하기 위해 활발하게 이합집산하며 암투를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권력엘리트들이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폭력적인 급변사태 및 붕괴의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 주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하고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은 김황식 국무총리, 이 대통령 오른쪽부터 김성환 외교통상부, 류우익 통일부 장관,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우리 정부는 북한 방송이 19일 정오 특별방송을 통래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기까지 전혀 이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대통령, 국가안전보장회의 주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19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하고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은 김황식 국무총리, 이 대통령 오른쪽부터 김성환 외교통상부, 류우익 통일부 장관,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 우리 정부는 북한 방송이 19일 정오 특별방송을 통래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기까지 전혀 이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군부 이중삼중 통제…쿠데타 가능성은 적어▼

○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북한 권력구조의 대대적인 재편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군부세력의 쿠데타 가능성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 권력핵심부의 진공 상태가 상당기간 지속되겠지만 북한체제의 특성상 군부 주도의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우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구축해 놓은 군대 조직에 대한 당의 이중삼중 통제가 상당기간 유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동유럽 공산권의 몰락과 김일성 전 주석의 갑작스러운 사망, 최악의 대기근으로 초래된 체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군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선군(先軍)정치를 택했지만 동시에 군을 빈틈없이 장악하고 통제하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실제로 북한 군대의 군사지휘권은 당에 철저히 예속돼 있다.

총정치국은 국방위원회의 명을 받아 군내 정치활동을 직접 통제하는 당 집행기구이다.

총정치국장의 당내 서열은 국방위원장 다음인 제1부위원장으로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과 총참모장보다 높다.

1960년대 후반 김일성 전 주석이 단행한 인민군 최고수뇌부의 대숙청은 군이 당권에 도전하는 상황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김창봉, 허봉학 사건처럼 군 지도부가 자율성과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 당권을 위협할 경우에 대비해 김 전 주석은 군내 정치위원제를 전격 도입했다.

정치위원은 군단에서 일선 중대급 부대까지 배치돼 일선 지휘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또 부대 지휘과정에서 모든 군사업무와 군대 내 정치사업을 지도감독하고 지휘관과 함께 모든 명령서에 공동 서명을 함으로써 부대를 사실상 공동지휘하도록 했다.

북한 군대의 경우 당 위원회 조직은 대대급 이상의 부대에 설치돼 있고 중대에는 당세포, 소대에는 당분조가 있다.

군 자체의 감시체제도 막강하다. 보위사령부는 군대 내 쿠데타 징후나 부패 비리 등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군대 내 조직이지만 국가안전보위부의 직접 통제를 받고 있어 사실상 국방위원회의 핵심 군 감시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보위사령부 요원들은 일선 대대급 부대까지 배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김일성 사망 이후 군부 장악 과정에서 보위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당과 군의 ‘공생관계’도 쿠데타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6·25전쟁 이전까지 당과 군의 관계는 독립적이었다. 하지만 전후 ‘인민의 군대’는 ‘당의 군대’가 됐다. 군에 당 정치조직이 생기고 당에 군사기구가 생기면서 군 지도부가 당 주요 직책까지 겸임하고 있다. 당과 군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또 평소에도 군부가 사실상 국가통치에 동참하고 군부 핵심인사들이 당 중앙위 위원과 최고인민회의 위원을 겸직하는 상황에서 군이 체제를 전복시킬 군사정변을 일으킬 확률은 낮다는 것이다.

이 밖에 1993년 옛 소련 군사아카데미 출신 장성들의 쿠데타 계획 적발, 1996년 6군단 장교들의 쿠데타 혐의 적발 등 과거 군 내 불순책동에 대한 척결에서 얻은 ‘학습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향후 북한 내 체제 불안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군부가 ‘거사’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있다.

최고 권력의 진공상태가 지속되면서 외교적 고립과 경제난이 가중돼 ‘고난의 행군’에 버금가는 악재가 재연될 경우 더는 당의 통제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이 더 이상 국가통치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위기사태가 계속될수록 군은 전면에 나서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것이라고 일부 전문가는 분석했다. 북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돼 ‘민중혁명’ 등이 일어날 경우 군부는 체제의 핵심가치와 지도체제 유지를 명분으로 ‘친위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하기 위해 ‘선군정치’를 활용했지만 군을 중시한 통치방식이 불씨를 남긴 셈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일성은 생전에 권력 세습체제를 굳힌 뒤 군을 서서히 당에서 분리시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한 반면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남용함으로써 군이 북한 체제의 향방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집단이 됐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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