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北지도부 위기감에 당장은 뭉쳐도, 시간 지나면 분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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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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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긴급대담 ‘김정일 사후 북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은 물론이고 한반도와 동북아 안보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지도자가 모두 바뀌는 상황에서 북한 절대 권력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세계 평화 질서에도 긍정적 혹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동아일보는 19일 오후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과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동아미디어센터로 초빙해 ‘김정일 사후 북한’을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 두 전문가는 모두 “김정은 체제의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의 향후 대응에 따라 북한의 진로가 크게 바뀔 수 있는 만큼 고도의 대북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북한 내부 권력투쟁 일어날까

▽김희상=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의 망명 동지인 김덕홍 전 북한 여광무역연합총회사 총사장은 김정일이 죽으면 어떤 식으로든 급변 사태가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정일이 죽고 나면 누가 권력을 잡든, 권력구조가 어떻게 바뀌든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다. 아무리 폐쇄적인 북한이라도 21세기 정보의 태풍 속에서 과연 3대 세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그렇다고 김정은의 통치능력이 특별해 보이지도 않는다.

▽김성한=김정일은 1974년 김일성 주석에게서 공식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20년간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북한 사회와 권력의 생리를 잘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에 ‘선군정치’라는 선전구호 아래 권력을 공고히 했다.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이란 외생적 변수도 있었다. 중국도 북한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김정일 개인의 경험과 외생적 변수가 합쳐져 김정일 정권이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었다. 하지만 김정은이 공식 후계자로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1년 3개월밖에 안 됐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일천하다. 그만큼 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크다.

▽김희상=일부에서는 김정은이 북한의 군부나 당의 실세들과 함께 집단지도체제를 만들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는 중국을 제외하고 성공한 사례가 없다. 집단지도체제가 정착하려면 권력이 상호 간 균분돼야 하고 신뢰가 있어야 한다. 동시에 추구하려는 목표도 같아야 한다. 그러나 수십 년간 1인 독재체제에서 살아온 북한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짧으면 6개월, 길면 2, 3년 안에 북한 사회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김성한=우리는 중국에서 많은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지도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은 필연이다. 당장은 북한의 엘리트들이 분열하면 공멸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에 단결하겠지만 김정은 체제가 확립돼 가는 과정에서 밀려나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반드시 권력 내부에서 파열음이 생긴다.

○ 대북 기조 바꿔야 하나

▽김희상=2012년은 강성대국 원년이기도 하지만 김일성 탄생 100돌이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일성 탄생 100돌에 대해 북한 인민들의 기대가 엄청나다고 한다. ‘내년에는 고기 맛 좀 볼 수 있겠지’ 하는 원초적 기대감이다. 하지만 북한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있다. 내년에도 대규모 아사자가 발생하면 급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이긴 전쟁은 역사상 없다.

▽김성한=북한 체제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것은 한국의 대응에 따라 북한의 진로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김정은이 김정일처럼 아버지 사후에 대해 세부적 계획을 갖고 있을 가능성은 적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북한이 중국을 통해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 이때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해 나갈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앞서나가면 안 된다. 자칫 중국이나 미국이 우리의 행보를 경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희상=일부에서는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사과 없이는 지원도 없다는 대북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대북 원칙을 잃어버리면 모든 걸 잃게 된다. 김정은 체제가 김정일 체제와 다를 것인가. 김정은 역시 연평도 포격 도발을 통해 자신의 치적을 쌓고 공포정치를 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이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누군가가 김정일에게 중국식 개혁개방을 건의했더니 김정일이 ‘나 보고 죽으라는 얘기냐. 개방한 뒤 지도자가 살아남은 나라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이 김정일과 다른 길을 갈 리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원칙을 버리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김성한=북한 지원 여부에다 김정일 조문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 남남 갈등이 불거질 것이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점은 북한의 불안을 조성하는 게 마치 통일인 것처럼 착각해 일부러 불안을 조성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김정은 체제의 안정화가 우리의 목표가 될 수도 없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대규모 지원을 한다고 해서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서는 것은 아니다.

○ 김정은 대화에 나설까

▽김희상=한미 동맹은 상대적이고 가변적인 반면 중국의 북한 지원은 중국의 팽창주의 야심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쇠퇴하고 중국은 도약하고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북한이 중국의 배타적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후 우리나라는 어떻게 되겠나. 국가 미래를 바라보는 큰 차원에서 정책도, 전략도 정비돼야 한다.

▽김성한=김정일이 북한 체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지만 김정일 사망이 곧 북한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우리도 패닉 상태에 빠질 필요가 없다. 우리 정부는 ‘북한을 어떻게 개혁 개방으로 변화시킬 것인가’라는 플랜A와 ‘북한이 변화를 거부하고 대혼란에 빠질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플랜 B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

▽김희상=김정일이 죽기 전 북핵 6자회담에 나선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북한이 북핵을 폐기한다거나 개혁 개방에 나선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6자회담은 시간벌기용이고 식량과 에너지를 얻기 위한 수단이다. 이런 현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김성한=맞는 말이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은 아파트로 말하면 모델하우스 수준이다. 어딘가에 실제 핵시설이 있을 것이다. 다만 김정일이 6자회담 재개 쪽으로 유훈을 남겼다면 김정은도 내부 정비가 끝난 뒤 6자회담에 나올 것이다. 우리는 치열한 내부 토론을 거쳐 북한이 손을 내밀 때 어떤 방식으로 손을 잡을지 준비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내년 3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하는 만큼 북핵 문제의 진전을 봐야 한다. 다만 북한의 내부 정비가 2, 3개월 안에 끝날지는 의문이다.

정리=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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