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弔意 부담-남북해빙 기회-南南갈등 우려… 정부 ‘3각 고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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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국론 분열 안되는게 무엇보다 중요”정부 “아직 결정된 것 없어”… 美 침묵도 고려‘민간차원 애도 표명 묵인’ 제3트랙 가능성도

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조의를 표할 것인지를 놓고 ‘묘수’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뒤 조문 문제를 놓고 사회적 갈등 양상이 빚어진 전례를 감안할 때 정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먼저 지난해 천안함, 연평도 도발 이후 사과조차 하지 않는 북한에 정부가 조문단을 보내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조의를 표시하는 것조차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때 조문단을 보냈고, 냉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의 표시의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19일 오후 6시 10분에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 차원의 조의 표명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바가 없으며, 유관 부처 간에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북한이 김 위원장 사망을 발표한 지 6시간 만에 나온 유일한 공식 반응이다. 김 위원장 사망 뒤 청와대는 △차질 없는 대응조치 △북한 상황 예의주시 △국제사회와의 공조 등을 골자로 하는 원론적인 반응만을 발표했다.

북측 장의위원회가 ‘외국 조의대표단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정부는 일단 시간을 두고 국내 여론이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은 조의 표명을 했지만 미국에선 반응이 없다는 점도 정부의 고심을 더욱 깊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 당국자들은 이날 오후 각계를 대상으로 정부의 조의 표명과 민간 조문단 방북 허용에 대한 여론을 청취했다.

다만 이렇게 복잡한 상황에서 민간 차원의 조의 표명을 허용 또는 묵인하는 것은 정부로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훨씬 덜하다. 이 때문에 반관반민(半官半民) 성격의 단체가 애도를 표하거나 고위 공직자 출신의 민간인이 조의를 표함으로써 북한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긍정적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재천 고려대 교수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조의를 표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3의 트랙’을 쓰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며 “북한과 접촉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 가운데 현 정부의 색깔을 갖고 있는 사람, 해외 동포 중 북측과 연결채널을 갖고 있는 사람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치가 적어도 조의·조문 문제를 놓고 남북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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