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후 北, 어디로]<1> ‘한반도 헤게모니’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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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발빠른 세습 지원… 동북아 주도권 노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직후 중국이 ‘김정은 지지’를 공개 선언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대한 ‘재개입 정책’을 펴면서 군사적으로는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를 아우르는 안보동맹, 경제적으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추진해 왔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중국 포위정책’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미국의 거침없는 서진(西進)에 중국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북한을 ‘더욱 확실한 내 편’으로 만들어 동북아 정세의 핵심인 한반도에서만큼은 분명히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는 북-중 밀월관계는 앞으로 김정은 시대에 더욱 밀착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19일 당·정·군이 합동으로 북한의 5대 권력기관에 보낸 조전에서 ‘김정은 영도 체제 아래’라는 표현을 사용해 최초로 ‘김정은’이라는 이름을 언급했다. 정은의 후계 체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김 위원장은 중국 측 최고 지도자들을 만날 때마다 “대를 이어”라는 표현을 유독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국 측의 반응은 그다지 명시적이지 않았다. ‘세세대대’ 등의 표현으로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듯한 표현만 했을 뿐이다. 그러다 지난해 9월 9일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이 평양에서 열린 인민군 열병식에 등장해 김정은과 나란히 선 모습이 보이면서 중국이 사실상 김정은의 후계 체제를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멍젠주(孟建柱) 공안부장만이 올해 2월 북한 방문 때 김정은이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추대돼 조선 혁명의 계승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하며 김정은의 방중을 초청하는 등 중국은 그간 여러 차례 김정은 후계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뜻을 비쳤으나 중국 언론에는 일절 보도되지 않았다.

중국은 군사, 외교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도 북한의 맏형 역할을 그동안 해왔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견제로 북한이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중국은 언제나 든든한 후견자였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유고로 인한 북한의 ‘비상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해 이를 다지고 확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정은에 반대하는 세력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표이기도 하다. 군부 등 반대세력이 돌출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은 것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는 데다 북한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게 최우선 관심사이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 중국은 북한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우선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인민해방군의 국경지대 증강 등 공식, 비공식의 모든 채널이 동원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의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중국이 그간 체면 때문에 공개적으로 지지한다는 견해를 내놓지는 않았다”며 “중국이 김정은 영도를 공식 언급한 만큼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해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미국의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김 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라는 원칙을 재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이야기는 없다. 김 위원장의 사망과 관련해 사전 정보를 갖고 있었다는 징후도 포착되지 않았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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