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현재의 권력’을 떠나 박근혜란 ‘미래의 권력’을 중심으로 당이 재편됐다는 얘기다. 반면 민주당은 ‘통합’이 사실상 이해찬 전 국무총리 등 노무현 정부의 국정 핵심 세력의 복귀 무대가 되면서 과거의 인물인 노 전 대통령이 당의 구심점이 된 양상이다.
이 전 총리는 20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첫 회의를 주재했다. 비대위 회의에는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과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던 김만복 전 국정원장, 송민순 의원, 대표적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 당직자는 “‘실세 총리’였던 이 전 총리가 현직 시절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것 같더라”라고 했다. 차기 당 대표 역시 친노인 한명숙 전 총리가 가장 유력시되고 있다.
민주당 대표 출신의 한 원로는 “‘박근혜당 대 노무현당’이란 ‘미래 대 과거’의 도식도 유리할 게 없지만 정치개혁 차원에서 민주당이 처음으로 도입한 당권-대권 분리 조항도 두고두고 민주당의 힘을 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천년민주당은 2001년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당권-대권 분리를 도입했다. 대선이 있는 해엔 비(非)대권주자 중 한 명을 당 대표로 선출해 ‘제왕적 총재’의 출현을 막고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당의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정세균 전 최고위원은 내년 12월 19일 대선 때까지 지도부에서 배제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인물들이 당권-대권 분리 조항에 발목을 잡혀 모두 ‘2선 후퇴’를 한 셈이다.
반면 2005년 당권-대권 분리 조항을 당헌에 명기한 한나라당은 지난주 박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면서 비대위원장은 당권-대권을 분리하도록 한 당헌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박 위원장에게는 당권과 대권을 모두 쥐도록 한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은 “내년 4월 총선 때까지는 민주당의 ‘약체 지도부’가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이자 당 대표인 한나라당 박 위원장을 상대로 버거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성적이 18대 총선(153석) 때보다는 하락할 공산이 큰 만큼 ‘박근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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