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머리-안경-미소… 영정 사진도 부전자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김일성 영정과 비슷… 동일 화가가 그린듯

19일 북한 중앙방송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사실을 발표하면서 방영한 영정 사진은 북한 주민들도 처음 보는 것이다. 안경을 끼고 약간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으며 환한 미소와 둥근 얼굴 형태를 특히 강조한 것이 인상적이다.

이 사진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북한이 사용했던 영정 사진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머리 형태, 안경, 시선의 각도, 미소 등이 김 주석 영정 사진을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일명 ‘태양상’으로 지칭되는 김 주석의 영정 사진은 실제 사진이 아닌 초상화로 김 위원장이 직접 하나하나 세심하게 지시해 그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김 주석 사망 직후 기존의 엄숙한 표정의 초상화가 아닌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영정 사진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수령님은 죽어서 간 고인이 아니며 우리와 함께 영원히 계신다”는 이른바 ‘영생’의 뜻을 강조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북한 초상화계의 대부 김성민 화백은 김 주석이 1985년 서해갑문을 방문해 웃는 모습의 사진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상을 창조해냈다. 장례 3일째 되는 날 초상화가 완성되자 김 위원장은 이를 오래도록 지켜보다가 “수령님은 웃을 때도 참 미남이다”며 소리 내 크게 웃었다.

이 장면이 북한 기록영화를 통해 방영되자 북한 주민들이 “애도 기간에 웃는 주민들을 역적처럼 크게 처벌하면서 어떻게 상주 본인은 저렇게 공공연하게 웃을 수 있냐”며 술렁대기도 했다. 영정 사진의 미소를 ‘태양의 미소’로 지칭한 김 위원장은 김 화백에게 김일성상, 노력영웅, 인민예술가 등 북한 최고의 칭호를 모두 수여했다. 현재 김 화백은 만수대창작사 부사장 겸 조선미술가동맹 위원장으로 있다.

북한은 이런 사연이 깃들어 있는 김 주석의 초상화 제작 방식을 김 위원장 영정 사진에 그대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정 사진 역시 김 화백의 작품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 사망이 확인되고 공식 발표까지 51시간의 공백 동안 북한은 서둘러 초상화를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김 위원장이 뇌중풍으로 쓰러진 뒤 미리 준비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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