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은의 치적으로 내세운 CNC(컴퓨터제어기술)를 중심으로 첨단화, 과학화, 세계화란 슬로건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2일 평양에서 열린 집단체조 아리랑 공연에서 등장한 ‘CNC 주체공업의 위력’이란 구호. 동아일보DB
‘김정일 시대’의 통치 이념은 이른바 선군(先軍)정치였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인한 충격과 경제난을 군을 앞세워 극복하겠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들고 나온 슬로건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을 책임지게 된 아들 김정은도 권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통치 이념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한다.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은 20일 “북한이 김정은의 치적으로 내세운 CNC(컴퓨터제어기술)를 중심으로 첨단화, 과학화, 세계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리더십 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올해 1월 7일 김정은의 생일을 하루 앞두고 CNC를 선전하는 장문의 글을 싣는 등 북한에서 CNC는 김정은의 상징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최근 ‘세계를 향하여’라는 새로운 구호를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김정일이 1995년 제124군부대를 방문한 뒤 선군정치를 내세우기 시작한 것처럼 김정은도 CNC 공장 현지지도를 계기로 첨단과학 또는 세계화의 통치 이념을 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김정은이 처한 대내외 상황이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선전한 1990년대 중후반과 다르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극심한 경제난과 체제 위기, 외교적 고립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김정일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김정일은 1998년 국방위원장을 국가의 최고 직책으로 격상시켜 군을 자신의 권력 기반으로 삼았다.
전문가들은 휴대전화 80만 대가 보급돼 있는 북한이 더는 폐쇄적인 선군정치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본다. 김정은이 경제 강성대국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개혁 개방에서 살길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첨단과학과 세계화는 개혁 개방에 잘 들어맞는 슬로건인 셈이다.
김정은이 국방위원회를 중심으로 군에 포진한 원로 엘리트들의 견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권력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선군정치에서 벗어나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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