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이 발표된 지 나흘째인 22일 북한은 중국과의 접경지역에서도 ‘김정은 시대’의 개막 홍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의 ‘선양영사관단둥영사처’에 마련된 김 위원장 분향소에서는 김정은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이 TV를 통해 반복적으로 방영됐다. 이 영상은 전날 조선중앙TV가 방송한 것으로 김정은이 침울한 표정으로 아버지인 김 위원장의 영구(靈柩)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이는 장면이다. 영사처는 이 화면을 분향소 오른편에 놓인 구식 브라운관 TV로 계속 보여줬다. 단둥 분향소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이 알려진 첫날인 19일에는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리요원들이 동원돼 질서를 잡아가고 있었다.
이날 참배객들은 중국어로 말하는 인솔자의 지시에 따라 대기소에서 잠시 기다린 뒤 절 대신 10초가량 묵념을 했다. 단둥에 나와 있는 북한 주민들은 대부분 참배를 마쳤고 이제 중국인 또는 조선족 교포들이 문상을 오기 때문에 중국인 안내인을 배치한 것으로 보였다.
분향소에는 흰색 국화로 꾸민 대형 화환이 가득해 뒤쪽에 있는 영정 사진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내부에는 영사처 직원들이 소형 캠코더 3대를 들고 세 방향에서 동시에 참배객들을 촬영하며 기록으로 남겼다.
조문이 끝나면 방명록에 소속과 이름을 적도록 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경 기자가 찾았을 때 방문자 목록의 번호는 이미 1000번을 넘겼다. 방명록은 참배객 일행의 대표만 적기 때문에 실제 분향소를 찾은 사람은 19일 분향소 개설 이후 300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단둥과 신의주 간 교역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날 오전 5량짜리 기차가 압록강 철교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갔다. 아직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한 주민들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 보였다. 화물을 실은 대형 트럭들도 신의주로 향했다. 한 무역상은 “평소보다는 못하지만 많이 풀린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산 석탄을 실은 선박도 단둥에 접안했다.
북한과의 국제전화도 정상적으로 운용됐다. 단둥 상인들은 북한으로 전화를 걸어 교환원에게 “심심한 애도의 심정을 표달(표현)합니다”라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넨 뒤 “OOOO번을 연결해 주세요”라고 요청했다.
단둥의 북한 식당들도 상당수 문을 열고 영업을 재개했다. 다만 가무단이 손님들에게 선보이는 음악과 춤은 자제하고 있다.
한편 북-중 국경을 담당하는 인민해방군 선양(瀋陽)군구가 긴급 동계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콩 펑황(鳳凰)위성TV는 이날 선양군구의 한 기갑여단이 눈길을 뚫고 훈련하는 내용을 보도했다. 탱크와 장갑차 등이 등장하는 수송 및 대적(對敵) 훈련으로 장소와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선양군구가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중 접경지대의 경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비태세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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