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싸인 정신육체적 과로로 하여 2011년 12월17일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고 심한 심장성 쇼크가 합병됐다."
북한이 지난 19일 발표한 김정일의 사망 장소와 원인에 대한 내용이다. 달리는 열차 안에서 사망했다는 북한의 발표와 달리 한국 정보당국자는 다음날 김정일이 정차해 있던 열차 안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최소한 김정일이 사망 직전 열차 안에 있었다는 데는 남북간에 이견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타고 있던 열차의 행선지는 어디였을까.
이와 관련해 대북소식통은 26일 김정일은 함경남도나 함경북도로 가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일 사망 직전 국가보위부 행사총국으로부터 함경남도 보위부에 김정일 전용열차 통과 명령이 내려왔다고 들었다"며 "김정일이 함경남도로 가려 했거나 함경남도를 통과해 함경북도로 가려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호위사령부가 김정일의 근접경호를 맡은 부대라면 국가보위부 행사총국(일명5총국)은 김정일의 외곽경호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김정일의 행선지가 정해지면 행사총국에서는 해당 지역의 보위부와 철도분국(分局)에 전화로 김 위원장의 경호준비 지시를 의미하는 비밀번호를 내려 보낸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행사총국 '호위사업지도서'의 '행사통화표'에는 김정일 전용열차 통과를 의미하는 비밀번호가 22번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북소식통은 "김정일은 황해도, 평양 주변(평안남도), 원산(강원도) 등의 지역에 갈 때는 열차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다"며 "신의주(평안북도)나 자강도에 갈 때도 열차를 이용하지만 이 지역들은 몇 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라고 설명했다.
김정일이 아침 시간에 열차 안에서 과로로 사망한 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일은 함경도나 양강도와 같이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 행선지를 정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소식통은 "양강도 지역에는 공장, 기업소 등 경제단위가 없다"며 "김정일은 여름에 피서를 위해 가는 경우를 빼고는 양강도에 잘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정일의 행선지가 함경남도나 함경북도일 것이라는 추정을 북한 매체도 뒷받침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2일 '위대한 눈보라 한생'이란 제목의 정론에서 "(김정일이) 조용히 조국의 북변(北邊)으로 향한 열차에 몸을 실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북변'은 주로 함경도, 양강도, 자강도 등 북쪽의 변경지역을 뜻하는 용어다. 평안북도는 '서해 북변'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9일 김정일의 함경남도 지역 현지지도(10월) 내용을 전하면서 함경남도를 '북변 동해지구'라고 표현했다. 즉 함경남도 역시 북변에 속한다.
한 전문가는 최근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함남의 불길'을 지펴온 김정일이 내년 강성대국 원년을 며칠 앞두고 올해의 마지막 불길을 지피러 함경남도로 가던 길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여생이 얼마 남지 않음을 예감한 김정일이 생모 김정숙의 생일(12월24일)을 앞두고 함경도 현지지도 길에 생모의 고향인 함경북도 회령도 찾아보려 했을 것이란 추정도 내놓는다.
현재로서는 김정일의 행선지가 함경남도나 함경북도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지만 김 위원장의 실제 행선지는 추후 북한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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