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당권 후보들이 29일 부산 국제신문사 강당에서 열린 첫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아 들고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명숙 이학영 박영선 박용진 박지원 문성근 김부겸 이강래 후보. 이인영 후보는 김근태 상임고문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상경하느라 불참했다. 부산=최재호 기자 choijh92@donga.com
내년 4·11 총선에서 ‘낙동강 대첩’을 벼르고 있는 민주통합당이 29일 부산·경남(PK) 민심잡기에 나섰다. 전날 제주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를 열었던 당권주자 9명은 이날 부산MBC 주최로 첫 토론회를 가졌다. 이들은 토론회 뒤 곧바로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사 강당으로 옮겨 합동연설회를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 문성근 “지역구, 아직 공부 못해”
이날 토론회의 화두는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인 PK 지역 공략이었다. 후보들은 연설에서 부산저축은행 사건,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으로 부산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반이 일어나는 점을 파고들었다. 박영선 의원은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언급하며 “1%의 특권층은 미리 알고 돈을 빼갔지만 서민들은 그 돈을 빼앗겼다”며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이강래 의원은 “부산이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몰표를 줬지만 지난 4년간 이 정부는 신공항 문제 등으로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명령’ 문성근 대표는 “지역 구도를 깨기 위해 모든 일을 하겠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영춘 최고위원과 함께 부산 전체를 한 지역구로 보고 힘을 합쳐 표를 호소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강래 의원이 문 대표 지역구인 ‘북강서을’의 비전에 대해 묻자 그는 “솔직히 말해서 공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현안을 공부해 제시하겠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문 대표는 사흘 전인 26일 부산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박영선 의원은 “제 고향이 경남 창녕”이라며 이 지역 출신임을 내세운 뒤 문 대표에게 “꼭 ‘부산대첩’을 이뤘으면 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호남이 기반인 박지원 의원은 “지난 10·26 부산 동구청장 재·보궐 선거 때 부산에 세 번 내려와 호남 향우들을 만났다”며 “영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민주당을 지켜온 김대중 대통령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 출마로 배수진을 친 김부겸 의원은 영남 의석 확보 방안에 대해 “한나라당의 지역 독점 폐해가 심각하다”며 “(영남에도) 투표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절박함이 있다”고 말했다.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한 것으로 알려진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다른 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다. 세대교체론을 내세운 이인영 전 최고위원은 한 전 총리에게 “분노한 2040세대를 달랠 전략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67세인 한 전 총리의 연령을 의식한 질문이었다.
한 전 총리는 이에 “젊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겠다”면서도 “현실 정치에 몸담은 486들이 정치권 밖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486 또는 2040세대와 유리돼 있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당내 486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이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다.
김부겸 의원은 11일 시민통합당과의 합당을 의결한 민주당 전당대회의 폭력사태를 언급하며 박지원 의원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박 의원은 이에 “10여 차례의 당 회의에서 통합은 찬성했지만 합법적인 절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반통합파로 몰리는 것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YMCA 사무총장 출신 이학용 후보는 “시민들의 정치참여 수위는 높아졌지만 정당의 정치수준은 아직 낮다”며 “시민이 참여해 정당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출신이 당 지도부에 진입해야 하는 당위성을 역설한 것이다. ○ 후보들, 김근태 고문 쾌유 빌어
합동연설회는 민주화 운동의 대부 김근태 당 상임고문이 위독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 전 최고위원은 김 고문의 소식을 듣고 “연설을 할 심정이 아니다. 온전한 마음으로 다시 찾아뵙겠다”며 연설을 포기한 채 급히 상경했다.
한 전 총리는 연설을 시작하기 전 울먹이는 목소리로 “민주화 운동할 때 김근태 고문과 가장 가까운 동지였다”며 “연설하는데 무엇이라도 하나 표시하고 싶어 어깨띠를 두르지 않았다. 연설회에 끝까지 못 있고 서울로 달려가는 것을 양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영선 김부겸 박지원 후보도 연설을 하기 전 김 고문의 쾌유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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