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의 대부’인 민주통합당 김근태 상임고문(64·사진)이 병세가 악화돼 위독한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김 상임고문 측 관계자는 “폐렴 등 각종 합병증이 진행돼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의식이 없다”고 전했다. 김 상임고문은 지난달 25일 뇌정맥혈전증 판정을 받고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뇌정맥혈전증은 뇌정맥에 혈전이 생겨 뇌에서 심장으로의 혈액 이동을 막는 증상이다. 이달 10일 치러진 딸 병민 씨(30)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그는 2007년 파킨슨병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다.
김 상임고문은 청년학생운동조직인 민주화운동청년연합 초대 의장이던 1985년 9월, ‘고문기술자’ 이근안 전 경감 등으로부터 23일 동안 하루 5∼6시간씩 전기고문, 물고문 등 살인적인 고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도 고문자들의 손목시계를 보고 시간을 기억했고, 조서에 날인할 때 얼른 ‘사법경찰관 ○○○’라고 쓰인 이름을 머릿속에 새겨 넣었다. 전기고문으로 발뒤꿈치가 짓이겨져 야구공만 한 딱지가 생기자 이 딱지를 휴지에 싸서 보관해뒀다가 변호인(이돈명 변호사)에게 “증거로 제출해달라”고 요청하는 등 고문 실상을 세상에 폭로했다.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서울 도봉갑에서 내리 3선(15, 16, 17대 총선)을 했고, 열린우리당 의장(대표), 보건복지부 장관(노무현 정부)을 지냈다. 2002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양심 고백을 했다가 유죄 판결(선고유예)을 받는 등 원칙주의자의 길을 걸었다. 고문 트라우마로 인해 치과에 가서 의자에 반쯤 누운 채로 얼굴을 가리자 치료를 받지 않고 바로 뛰쳐나온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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