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년공동사설 “김정은은 곧 김정일” 유훈통치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일 03시 00분


■ 6大 키워드로 본 신년사설

북한은 1일 ‘김정은시대’ 첫 신년공동사설에서 “김정은 동지는 곧 김정일 동지”라며 후계체제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대남 강경노선을 내비치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통일연구원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접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김일성 주석 사망 다음 해인 1995년 신년공동사설과 비교하면 사망한 아버지에 대한 추모와 그 아들에 대한 충성 맹세, 조문과 관련한 대남 비난 등 비슷한 점이 많다. 사설에 나타난 특징을 6개 키워드로 분석한다.

① 김정일-김정은 동일시=북한이 이날 노동신문 조선인민군보 청년전위 등 3개 매체를 통해 발표한 사설의 제목은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받들어 2012년을 강성부흥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자랑찬 승리의 해로 빛내이자’다. 유훈통치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곧 위대한 김정일 동지”라고 김 위원장과 김정은을 동일시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사설에 김정은이 16차례나 언급된 것은 북한이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체계’ 확립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② ‘대화 협력’ 사라진 대남정책=2010년과 지난해 사설에는 ‘북남관계 개선’ ‘대화와 협력’ 등 유화 기조가 나타났다. 반면에 올해에는 “(남측이) 친미사대와 동족대결, 북침전쟁책동을 강화했다” 등 남한 정부를 비난하는 표현만 들어갔다. 통일연구원은 “대남 군사도발 강행으로 김정은의 영군체계를 확립하고 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발에 앞서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③ ‘주한미군 철수’ 재등장=사설은 “조선반도 평화보장의 기본 장애물인 미제 침략군을 남조선에서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사설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한 것은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북한은 2004년 사설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가 2005∼2008년 지속적으로 이 주장을 되풀이하는 등 넣다 뺐다를 반복하는 패턴을 보였다. 이번 주한미군 철수 요구는 앞으로 열릴 3차 북-미 대화와 북핵 6자회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미국과 대화의 문은 열어 놓되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주한미군 철수 등을 조건으로 한 평화체제 수립을 내세워 미국을 압박하려는 전술인 셈이다.

④ 10·4정상선언 5주년 강조=
지난해 사설에는 ‘6·15공동선언 10주년’을 강조한 반면에 올해는 ‘10·4정상선언 5주년’을 강조했다. 북한이 전통적으로 5년, 10년, 20년 등 ‘꺾어지는 해’에 의미를 두기는 하지만 숨은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한 소식통은 “남북 관계와 관련된 의미 있는 시점을 6월에서 10월로 4개월가량 늦추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12월 남한 대선을 앞두고 10·4선언 정신을 들어 공세를 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⑤ ‘강성대국’ 대신 ‘강성국가’=지난해 사설에서는 ‘강성대국’이라는 표현이 21차례나 나왔다. 올해는 ‘강성대국’은 5차례만 나왔고 그 대신 ‘강성부흥’(11차례) ‘강성국가’(10차례)라는 표현을 주로 썼다. 강성대국 진입 준비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목표를 ‘하향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본보 2011년 6월 25일자 A1면 선전구호 후퇴… 목소리 낮춘 北


경제난과 권력승계로 흔들리는 주민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도 들어있다. 사설에는 ‘인민을 위한 좋은 일을 더 많이 하자’라는 구호가 등장했다. 아울러 “오늘 당 조직들의 전투력과 일꾼들의 혁명성은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검증된다”고 강조했다.

⑥ ‘지식경제강국’ 선언=사설은 경제노선으로 ‘새 세기 산업혁명’을 내세우면서 “지식경제 강국을 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이라고 주장했다. 지시경제 강국을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는 CNC(컴퓨터수치제어)를 통한 공업 기술수준 향상과 정보기술, 나노기술, 생물공학의 발전을 제시했다. 북한에서 CNC는 김정은의 대표적 업적으로 선전되고 있는 만큼 지식경제 강국 건설을 김정은의 새로운 업적으로 내세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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