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새 국방전략 발표]美, 전작권 전환 뒤 해-공군 지원 주력… 육군 감축 배제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미군 축소-亞太지역 우선 배치’ 한반도 영향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국방예산과 병력 감축을 골자로 한 새 국방전략을 발표했다. 새 국방전략이 앞으로 주한미군과 한반도 안보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최근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와 제임스 서먼 주한미군사령관에게서 새 국방전략이 실행돼도 주한미군 전력과 한반도 안보 공약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사전 설명을 들었다고 6일 밝혔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을 아시아태평양 안보의 핵심으로 인식하고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미국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참석한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도 국방예산이 삭감돼도 주한미군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미2사단과 미7공군을 주축으로 한 2만8500명의 주한미군 전력은 단기적으로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2015년 12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맞물려 미국의 새 국방전략이 본격화하면 한반도 안보에도 많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이 한반도 방위를 더 책임지라는 요구가 미국 측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전작권이 전환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해체되면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이 주도하고(leading) 미국이 지원하는(supporting) 전쟁 시스템이 가동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새 국방전략에 따라 예산 삭감과 병력 감축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 한국이 지금보다 더 많은 대북방어 임무를 맡아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미국은 육군 병력을 현재 57만 명에서 49만 명으로 줄이고, 해병대 병력도 20만 명에서 10%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군 고위 소식통은 “전작권이 전환되면 유사시 한국이 지상전을 주도하고 미국은 해·공군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대북작전 계획이 바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미2사단의 병력 감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이 부담해야 할 방위비 분담금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새 국방전략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약 4500억 달러가 넘는 국방예산을 도려내야 한다. 따라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태지역 주요 동맹국에 그만큼의 경비 부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특히 아태지역에서 일본 다음으로 많은 미군이 주둔하는 한국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액수가 적힌 ‘청구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는 매년 7600억 원 정도로 주한미군 전체 주둔비용의 40%를 차지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은 새 국방전략에 따른 예산 삭감을 들어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의 분담 비율을 50%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을 한반도 이외의 지역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 더 강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 국방전략에 따라 미군 병력이 대폭 감축되는 상황에서 미국이 세계 각지의 분쟁에 개입하고 해결하는 ‘슈퍼 파워’의 지위를 유지하려면 기존 해외주둔 미군을 더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 병력이 크게 줄어들 경우 2만8500명에 이르는 주한미군 병력의 활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새 국방전략 발표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규모는 축소하지만 기동력과 유연성은 개선돼 광범위한 지역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관측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군 고위 관계자는 “2007년 주한미군에 배치됐던 아파치 공격헬기 2개 대대 가운데 1개 대대가 이라크로 차출되면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이미 본격화됐다”면서 “미국의 새 국방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은 역외 분쟁지역에 적극 개입하는 ‘원정기동군’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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