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빈수레’ 우려 있지만… 일단 흥행은 성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7일 03시 00분


■ 한나라 비대위 출범 2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2월 27일 출범한 뒤 10여 일 동안 끊임없는 이슈와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 정치권에선 일단 ‘노이즈 마케팅’에는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7세 이준석’ ‘정권 실세·전직 당 대표 용퇴론’ ‘보수 간판 삭제’ 등 비대위원과 그들의 말 한마디는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관심을 끌었다. 한 의원은 “‘보수 타이틀을 버리자’ ‘전직 당 대표 다 물러나라’는 얘기를 내부 구성원이 할 수나 있었느냐”면서 “쇄신을 위한 몸부림은 입증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등 파격 쇄신책을 내놓았던 초반의 기세에 비해 현재의 성과는 변변치 않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람 자르는 얘기’ 외에는 들리는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의원은 “4월 총선을 앞둔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무엇을 쇄신할 것인가’의 타이틀과 이에 따른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인사 6인의 비대위가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 실험을 한다는 시각도 있다. 비대위 산하 인재모시기분과위는 5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을 언급하며 인구 및 직군에 비례한 인재 영입 기준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 국회의원을 인구구성비에 맞게 20, 30대는 지역구 기준 37%인 90명을 영입해야 한다는 식이다. 당내에서는 “공부(인재 영입의 기준 제시)할 때가 아니라 성적(인재 영입)을 내야 할 때다” “정치가 아니라 통계를 하자는 것이냐”는 등의 싸늘한 반응이 나왔다.

분과위 인선에서도 자문위원의 폭발성에만 얽매이면서 구성 자체가 난항을 겪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에 대한 ‘검찰수사 국민검증위원회’를 맡은 이준석 비대위원은 ‘나는꼼수다’ 진행자인 김어준 씨, ‘시골의사’ 박경철 씨 등을 영입하겠다고 천명하기도 했지만 무위로 돌아갔다. 박근혜 위원장이 5일 “위원 구성 문제로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촉구한 뒤에야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해 겨우 활동을 시작했다. 눈높이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영입됐던 27세의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는 하루 만에 사임하기도 했다.

비대위 소속 김세연 의원은 6일 라디오에서 비대위의 활동성과에 대해 “첫 회의를 마칠 즈음에는 80점 정도 된다고 평가했는데 지금은 절반(50점) 이하로 떨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불필요한 오해나 갈등을 부를 수 있는 발언 등으로 점수가 깎인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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