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에 박희태 명함” 고승덕, 검찰서 진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檢, 박 의장 소환 검토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30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돌린 당사자는 2008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박희태 국회의장 측이었다고 고승덕 의원이 8일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달 3일 전당대회 금품살포 의혹을 폭로한 고 의원은 8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상호)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2008년 7월 전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박희태 국회의장(당시 대표 최고위원 후보) 측 인사가 의원실 직원을 통해 돈봉투를 전달해 왔지만 내용물을 확인한 뒤 깜짝 놀라 곧바로 되돌려줬다”고 진술했다.

[채널A 영상]“ 돈봉투 속 박희태 명함이…” 고승덕 입 열었다

이날 오후 1시 50분경 검찰에 출석한 고 의원은 11시간 가량 조사를 마치고 9일 0시 50분경 귀가하면서 “2008년 전당대회에 대해 진술하신 것 맞느냐”는 기자들이 질문에 “예, 맞다. 그것만 확인해 드리고 가겠다”고 답변했다.

고 의원은 또 연합뉴스에 “2008년 7월 전당대회 2, 3일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밝혔다. 검은 뿔테 안경을 쓴 한 젊은 남성이 의원실의 여비서에게 노란 서류봉투를 건네며 “고 의원에게 직접 전해 달라”고 했는데 여비서가 이를 잊고 있다가 전당대회 다음날 고 의원에게 전달했으며, 고 의원이 서류 봉투를 열어보니 흰 편지봉투 3개에 각각 현금 100만 원이 들어있었고 이들 다발은 H은행의 이름이 적힌 띠지로 묶여 있었다는 것.

고 의원은 이날 검찰 조사에서 △돈봉투를 건넨 당사자가 박 의장 측인지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돈봉투를 의원실에 건네준 박 의장 측 인사가 누구인지 △어떤 과정을 통해 돈봉투를 되돌려줬는지 등도 상세히 진술했다.

고 의원이 검찰에서 돈봉투를 건넨 주체를 박 의장 측이라고 지목함에 따라 수사는 진술의 사실 여부를 다각도로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또 고 의원이 돈을 전달했다고 지목한 박 의장 측 인사 등 사건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한 뒤 최종적으로 박 의장이 돈봉투를 제공한 것으로 확인되면 박 의장도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그러나 박 의장 측은 돈 봉투를 돌리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자칫 현직 국회의장이 검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고 의원은 지난해 12월 중순경 이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경위에 대해 “비대위에서 재창당을 하느냐 (현 체제) 그대로 가느냐 문제로 논란이 뜨거웠는데 일부 쇄신파 의원들이 재창당을 주장해, 전당대회로 갈 경우 줄 세우기와 편 가르기가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근혜 전 대표가 한다고 해도 후유증이 크고 전멸할 듯한 위기감이 있어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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