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개혁 어떻게 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9일 16시 03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9일 4·11 총선 공천의 기본 틀로 `80% 당내 경선, 20% 전략공천'을 제시하는 등 공천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선을 불과 90여 일 앞둔 상황에서 더는 공천 원칙·기준·절차에 대한 결정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설 연휴 직전까지 구체적인 공천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이날 제시한 공천 개혁안의 가장 큰 특징은 전체 245개 지역구 중 196개 지역구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키로 한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상향식 공천의 정점으로 꼽힌다.

과거의 경선 방식이 당심(黨心)을 반영할 수는 있지만, 민심(民心)과는 유리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나경원 의원이 주도한 당 공천개혁특위가 제시한 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가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만큼 정치 신인의 진출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라서 당 일각에서는 후보자를 2명으로 압축하는 절차를 거쳐 `1 대 1 구도'의 오픈프라이머리를 진행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이 경우 현역 프리미엄이 상당 부분 제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후보자 압축 절차는 현역 의원 재공천 기준, 즉 `공천 물갈이'와도 밀접히 연결돼 있다. 비대위는 물갈이 논란을 의식한 듯 재공천 기준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그동안 당 지지도보다 5% 포인트 이상 지지율이 낮은 현역 교체를 비롯해 여론 악화가 우려되거나 교체지수가 높은 현역 의원을 재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안을 마련한 바 있다.

나아가 오픈프라이머리의 경우 경선 관리·비용 문제와 함께 상대하기 유리한 상대 당 후보를 선택하는 `역(逆)선택'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같은 날 동시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한나라당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결정하더라도 야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 대안으로 한나라당은 제한적 국민경선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령 `책임당원 50%, 일반국민 50%'가 참여하는 선거인단을 구성해 총선에 나설 후보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한나라당을 지켜오고 헌신한 책임당원들에게 권리를 주는 것을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힌 점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형태가 어떻든 경선 원칙이 확정된 만큼 비대위로서는 `돈 선거' 차단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당 자체가 존립 위기에 처한 만큼 `돈 선거' 근절 목소리가 높아질 전망이다.

또한 전체 지역구의 20%인 49개 지역구에 해당하는 전략공천의 방식도 관심을 모은다. 호남과 같이 절대적 취약 지역과 서울 강남 및 일부 영남권 등 초강세 지역 등이 전략공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당 일각에서는 전략공천 지역을 3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말도 주장도 나왔으나, 특정 세력의 공천 주도권 행사를 사전 차단하는 차원에서 그 비율을 대폭 줄인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원칙상 경선 지역구나, 적합한 후보자가 없는 지역 등의 경우 전략공천지로 재분류되며 상황에 따라 그 비율은 20%를 넘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의 자기희생도 이번 공천의 한 특징으로 꼽힌다. 현 비례대표 의원은 강세 지역에 공천할 수 없도록 했고, 지명도가 있는 비례대표 의원은 어려운 지역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그동안 혜택을 받은 사람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여러 현상 중 하나로 비례대표가 강세 지역을 지망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현 비례대표 의원 중 강남·영남 지역에서 예비후보로 등록했거나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는 의원들은 총선 계획 자체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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