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김정일 사후 한반도 질서, 중국 선원의 폭력 등 세 가지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국의 FTA 협상 개시 요청을 수용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서해 불법조업과 관련한 성의 있는 약속을 받아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의 앞날 등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는 일단 “기다려 보자”는 선에서 대화를 마무리했다. 회담은 단독 및 확대정상회의로 나눠 각각 40분씩 진행했다.
○ FTA 논의 7년 만에 협상 개시
중국이 재촉하고 한국이 수용한 한중 FTA 협상 개시 합의는 양국이 2005년 민간 차원의 논의가 시작된 지 7년 만에 이뤄진 진척이다. 정부는 한미 동맹을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킨 데 이어 주요 2개국(G2)의 또 다른 한 축인 중국과의 외교 강화 차원에서 한중 FTA를 카드로 꺼냈다.
한미 FTA가 비준되면서 중국과 일본은 모두 한국에 FTA 협상을 강력히 요청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중국을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선택했다. 이는 김정일 사망 후 한반도 안보지형이 흔들리면서 중국의 역할이 절실해진 것과 무관치 않다. 외교 소식통은 “FTA를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 한중 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라고 평가했다.
양국은 FTA 협상을 2단계로 구분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FTA 협상 때는 없었던 접근법이다. 1단계에서 한국의 농업과 섬유, 중국의 자동차와 화학, 일부 전자제품 등 민감 분야에 대한 개방의 폭과 관세유예 기간에 먼저 합의한 뒤 2단계에서 나머지 산업을 다루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농산물 등 민간 분야와 충분히 협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협상 개시 합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양국이 취약산업을 두고 ‘관세인하 유예’ 요구를 굽히지 않을 경우 협상의 장기화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일단 협상은 시작하지만 1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중국 선원에게 한국 해경 간부가 살해된 사건에 대해 “중국의 효과적인 조치를 희망한다”고 성의 있는 조치를 주문했다. 이에 후진타오 주석은 다소 긴 답변을 통해 자국 선원 관리를 강화하고 한중 당국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반도 상황은 ‘관리’에 역점
이날 단독회담에서는 한반도 안보와 북핵 문제만 집중 논의됐다. 하지만 두 정상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상호 노력하기로 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나 김정일 사망 이후 3주 동안 평양 권부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논의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내부 사정은 한중 정상이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두 정상은 현재 상황을 관망하면서 “북한이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후 주석은 특히 “(김정일 사후) 이 대통령의 차분하고 여유 있는 태도를 높이 평가한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양국 모두 평양의 권력공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 상황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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