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全大 학살수준” 비 내리는 호남선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새 지도부는 DJ묘역 참배-이희호 여사 예방하며 ‘호남 달래기’
박지원 “제게 무슨 말씀 주시렵니까”… DJ참배후 글 올려
“김대중 계승”… 盧언급 안해

민주통합당 박지원 최고위원은 전당대회 다음 날인 16일 새벽까지 지인들과 통음했다. 호남권으로는 유일하게 새 지도부에 입성했지만 한때 당권을 노렸던 그에게 ‘4위’라는 성적은 충격이었다. 평소 주량과 달리 캔맥주 두 개에 취기가 돌았다고 한다. 그는 이날 새 지도부의 첫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노선과 이념이 계승돼야 하며 민주통합당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급하지 않아 주변을 당황하게 했다. 당내에선 그의 발언이 친노(친노무현) 지도부 탄생과 ‘호남 소외론’에 대한 서운함의 표출로 해석됐다.

한명숙 대표가 이날 호남 민심 달래기 행보에 나선 것은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성동구 마장동 축산시장을 방문한 뒤 곧장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의 DJ 묘역 참배에 이어 동교동 자택으로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한 대표 측은 “지난 지도부에서 4명이던 호남 출신 최고위원이 1명으로 줄어든 것은 사실인 만큼 당내 인사끼리 서로 상처 주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공감대는 있다”고 전했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노 부활’이라는 평가에 대해 “온당한 평가가 아니며 (민주 세력을) 갈라치기 (하려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한 대표도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장관으로 입각한 분이고 저는 1976년부터 (DJ와) 관계가 있다”며 “그(친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호남권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호남 출신의 한 의원은 “이번 전대 결과는 호남권 학살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혹평했다. 또 다른 호남권 재선 의원은 “새 지도부가 주장하는 ‘급격한 공천 혁명’은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향후 공천 불이익을 우려하기도 했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이날 DJ 묘역 참배 후 트위터를 통해 “(김대중 전) 대통령님! 이 순간 저에게 무슨 말씀을 주시렵니까”라며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이희호 여사 예방 때에도 “할 말 없다”며 침묵하다가 한 대표가 재차 권유하자 “문제는 (당내) 조화로운 균형”이라며 속에 담긴 말을 내놓았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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