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이해찬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의 지휘대로 움직이고 있다.”(민주통합당 재선 의원)
15일 민주통합당의 첫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친노(친노무현)세력의 부활’로 나타나면서 당 안팎의 관심이 이해찬 전 국무총리(사진)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번 지도부 경선까지 야권의 흐름이 이 전 총리가 구상한 대로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해 초부터 지인들에게 “야권통합정당을 만들어 당권은 한명숙, 대권은 문재인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해 왔다. 지난해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 때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정부 핵심 인사들에게 “2012년 대선은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로 간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12년 4월 총선에서 부산에 나서주면 부산 경남에서 15석가량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고 이 기세를 대선까지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같은 해 9월엔 야권통합 추진기구인 ‘혁신과통합’을 발족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제1야당인 민주당과 대등한 협상을 벌여나갔다. 이 전 총리는 모임 이름을 정하면서 “혁신을 통합보다 앞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이인영 최고위원은 “이름 하나로 민주당이 지향할 혁신과 통합을 선점해 버리다니…. 역시 이해찬이다”라고 무릎을 치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 전 총리는 한명숙 대표와 문성근 최고위원에게 당권 도전을 강력히 권유했다. “흥행 요소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이 전 총리는 한 대표와는 노무현 정부 때 총리를 지낸 인연이 있고,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핵심 인사였던 문 최고위원과는 혁신과통합, 시민통합당에서 호흡을 맞춘 사이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한 인사는 “총선, 대선이란 큰 판을 기획할 수 있는 당내의 유일한 사람이 이 전 총리”라며 “그는 총선 기획은 물론이고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총리도 이달 초 발간된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자신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총선,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 그림은 그려졌다. 핵심은 운영이다”라며 ‘운영자’를 자처했다.
그렇다면 이 전 총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뭘까. 이 전 총리는 한때 직접 ‘킹’이 되려 한 적이 있다.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열린우리당 후신)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그러나 비타협적인 성격과 비대중적인 면모가 약점으로 작용하면서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비서관을 지낸 한 인사는 “이 전 총리는 요즘 총선, 대선에서 승리한 뒤 홀연히 정치권을 떠나겠다는 말을 곧잘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를 믿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5선 의원, 교육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는데도 아직 ‘젊은’ 60세이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는 주간지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정부에 참여할 생각”이라면서 “또 총리 하면 되지. 아니면 대통령자문위원장 같은 것도 있고”라며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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