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대결장 된 한반도]<하>美-中 대결 즐기는 ‘핵 보유국’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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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美-中 사이 줄타는 北… “6자회담, 북한 달래기로 흐를 듯”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의 마찰을 전 세계가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자칭 ‘핵보유국’인 북한은 이런 상황을 즐기고 있다. 한반도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질수록 북한의 몸값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과 미국이 권력교체기를 맞고 있어 북한은 미중 사이에서 ‘시계추 외교’를 하며 실익을 챙기려 할 것으로 전망된다.

○ 강대국 간 줄타기 하는 북한 외교


북한의 외교사를 살펴보면 북한이 한 국가와만 오랫동안 밀착한 경우는 드물었다. 김일성 주석은 1950년대 후반 중소 분쟁이 일어난 이후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표방하며 실리를 챙겼다. 1970년대 들어서는 자주노선을 표방하면서 외교를 다각화했고, 1974년 3월에는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제의했다.

1991년 소련이 무너진 뒤에는 중국과 미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였다. 1992년 한중 수교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자 북한은 제1차 북핵 위기를 조성해 미국과 협상에 나선 결과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냈다. 북-미가 가까워지는 것에 불안을 느낀 중국은 1995년 대북 원조를 재개하면서 북-중 밀착관계를 형성했다.

2002년 제2차 북핵 위기가 발생한 뒤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2005년에 9·19공동성명을 이끌어냈지만 이듬해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2008년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2010년 천안함·연평도 도발로 화답했다.

미국과 거리가 멀어지자 김정일 위원장은 2010년 5월 이후 중국을 세 차례 방문하면서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지난해 두 차례 미국과 회담을 열었고 12월에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중단 대가로 24만 t의 영양지원을 받는 방안에 의견접근을 이뤘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 외교의 키워드는 균형”이라며 “결국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 사후에도 북-미 접촉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납북자 문제를 놓고 일본과도 대화를 시작했다.

북한이 이처럼 주변국들과 활발하게 접촉하면서 6자회담 재개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정책 기조를 ‘전략적 개입’으로 수정했다. 북한이 6자회담 사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6자회담 단계로 넘어갈 수 없다는 기존의 강경한 태도도 완화했다.

○ 6자회담, ‘북한 달래기 포럼’ 되나


6자회담이 재개되면 논의 내용과 방향은 예전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3년의 공백기 동안 북한은 UEP를 가동했다. 후계체제가 아직 안착되지 않은 만큼 북측이 UEP 중단 대가로 경수로 지원을 요구하는 등 무리한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최근 식량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알곡의 함량을 늘려줄 것을 요구하며 미국과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더욱이 북한은 김 위원장의 최대 업적을 ‘핵보유국의 존엄’이라고 선전하고 있다. 김정은이 유훈을 어기고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며 핵을 포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협상 복귀는 쉽게 할 수 있겠지만 핵 포기 결심을 하기는 더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권력교체기를 앞둔 주변국들(미국 중국 한국 러시아)의 현 지도부가 6자회담에서 일괄타결을 시도하기 위해 북측에 뭔가를 담보해주기 어렵다. 6자회담의 기본 구상은 당초 주변 5개국이 북한을 상대로 핵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넣자는 것이었지만 동북아에서 미중 간 대립이 심화되면 그만큼 북한에 대한 압력의 강도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전략연구소장은 “최근 미국을 방문하니 미 관리들이 ‘올해 대중 정책은 상당히 거칠(tough) 것’이라는 말들을 하고 있다”며 “그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북핵 문제를 놓고 미국에 딴죽걸기 하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6자회담 무용론’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6자회담의 목표를 ‘비핵화’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비확산’으로 바꾸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 ‘북한 현상유지’ 대화는 계속될 듯


이런 신경전 속에 6자회담이 열리지 않더라도 주변국들은 ‘북한의 현상유지’를 위해 개별적인 대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중국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진다.

대선을 앞둔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경제침체, 이란 핵문제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변수가 생기기를 원치 않는다. 대화가 이어지는 동안에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최소한 ‘사고’는 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해 12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모든 사람과 단절하고 대화 채널이 없다면 더욱 무모하고 멍청한 짓을 벌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가을 5세대 지도부가 출범하는 중국도 빈부·도농 격차 확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국내외에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이 때문에 중국의 목표는 ‘북한 끌어안기’가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다. 허문영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주변국들이 북한을 관리하는 데 치중하면서 내년에 ‘빅딜’을 모색하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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