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대결장 된 한반도]“北, 핵에 더 집착할 것… ‘용납 못할 선’ 분명히 알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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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8일 03시 00분


■ 로버트 캐플런 미국신안보센터 수석연구원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물론 중장기적으로도 핵은 북한의 생존을 담보해 주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미국신안보센터(CNAS)의 로버트 캐플런 수석연구원(사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김정은 체제의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이런 전망을 내놨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과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비참하게 숨을 거둔 사례들을 통해 북한은 ‘핵 포기는 곧 무장해제’라는 인식 아래 핵개발에 더욱 집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CNAS는 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이다. 캐플런 수석연구원은 이곳에서 캠벨 차관보를 비롯한 행정부 당국자들의 동아시아 정책 관련 자문역을 맡고 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엔 부시 대통령의 ‘이념적 나침반’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캐플런 수석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이 생존할 수 있을지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붕괴하느냐 하는 시기의 문제만 남아 있다”며 김정은이 이끌 북한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봤다. 그는 2006년 월간 애틀랜틱에 북한이 ①자원 고갈 ②인프라 유지 불가 ③독립적 군벌의 등장 ④지도부의 진압 시도 ⑤군벌의 저항 ⑥정권 파열 ⑦새 지도부 구성으로 이어지는 ‘북한 붕괴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북한은 1990년대 중반 4단계에 이르렀으나 이후 외부의 경제적 지원 덕분에 3단계로 되돌아갔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는 ‘현재의 북한이 어디에 와 있느냐’는 질문에 “붕괴 시나리오에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단계는 전혀 예측불가”라면서도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으로 움직이는 21세기에 북한처럼 폐쇄적(hermetic) 대응을 고집하는 국가의 미래가 좋을 리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생존하려면 김정은 개인뿐 아니라 그의 측근들이 모두 리더십을 발휘해 파벌이 생기지 않도록 서로 협력해야 하지만 그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핵 6자회담에 대해서도 그는 “그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6자회담은 북한이 붕괴할 때까지 동북아시아 지역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기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다만 “외교적 행동 차원에서는 6자회담이 유용하다”며 “한반도의 위기 수위가 높아지지 않도록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캐플런 수석연구원은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가 함께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주요한 역할을 해 온) 미국, 일본, 중국, 한국만이 플레이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북한에 용납할 수 없는 선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납할 수 없는 선’으로는 핵실험, 한국 일본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를 들었다.

그는 북핵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두 나라 모두 올해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만큼 국내 문제에 더 집중하려 할 것이어서 한반도 문제에서는 마찰을 피하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의 차기 리더인 시진핑 국가부주석과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현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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