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유무죄를 가르는 쟁점은 곽 교육감이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건넨 2억 원의 대가성 여부다.
서울시교육청을 포함해 교육계 안팎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고 결과에 따라 교육정책과 인사가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살생부’가 마련돼 있다는 소문마저 돈다.
실형이 선고되면 곽 교육감은 구속 상태로 계속 항소심 이후의 재판을 받아야 한다. 무죄가 나오거나, 징역형이라도 집행유예 또는 벌금형이 나왔을 때 항소하면 직무에 바로 복귀할 수 있다. ○ 측근들은 업무 복귀 기대
곽 교육감 주변과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은 곽 교육감이 19일 풀려날 것으로 본다.
무죄 선고가 내려질 것이라고 장담하는 한 변호사는 “후보자 간 사전 합의 사실을 곽 교육감이 알고 있었다는 부분을 검찰이 충분히 입증해 내지 못했다”면서 “특히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준 돈은 ‘선의’에서 비롯됐다는 점이 재판 과정에서 입증됐기 때문에 죄가 없다”고 말했다. 또 한 교육계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유죄를 선고받더라도 실형보다는 집행유예가 내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이 직무에 복귀하면 우선 학생인권조례 재의를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대영 서울시교육감 권한대행은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등 진보진영 시민단체가 만든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재의를 서울시의회에 요구한 바 있다. 곽 교육감은 주변 사람들에게 “풀려나면 가장 먼저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하겠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이 3월 말까지로 판단을 유보한 고교선택제 수정안에 대한 결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무상급식과 혁신학교 지원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곽 교육감의 비서들은 시교육청 정책 수립에 다시 영향력을 행사할 길이 열린다. 책임교육과나 학교혁신과 등 곽 교육감의 핵심 정책을 추진하던 부서와 공보담당관, 감사담당관 등 곽 교육감이 개방형 공모로 뽑은 인사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이 권한대행을 부교육감으로 대하겠지만 사실상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실형 선고 시 인사 물갈이
그러나 재판을 줄곧 지켜봐 온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무죄 선고라는 곽 교육감 측의 희망사항이 판결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곽 교육감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요구한 쟁점에 대한 변론은 비켜간 채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것 같다”며 유죄를 예상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도 “재판 시작 당시 재판부가 ‘후보 사퇴의 동기가 이익과 무관해도 추후 대가를 제공한다면 유죄가 성립한다’는 기존 교과서와 국내외 판례를 변호인단에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재판 과정에서도 변호인단이 이 부분을 충분히 반박하기보다는 ‘선의’에서 비롯한 긴급부조였다는 주장을 이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곽 교육감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이 권한대행의 권한이 훨씬 커진다. 이 권한대행은 지금까지 소극적 자세를 보여 보수진영으로부터 “곽 교육감 정책을 그대로 이어간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권한대행은 “곽 교육감이 실형을 받으면 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주변 인사들에게 밝혔다.
먼저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3월 1일자로 예정된 주요 간부와 장학관 등 교육전문직 인사에서 곽 교육감의 측근들을 대폭 교체할 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등 교육과학기술부와 대립되는 정책을 펴는 부서나 곽 교육감의 정책을 뒷받침한 간부가 교체 1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조례를 재의결해도 이 권한대행이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낼 거라는 예상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