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의원총회에서 재창당 및 4·11총선 공천 기준 논란에 대해 메모 없이 10여 분간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다만 당 구성원이 원할 경우 당명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 쇄신의 마지막 단계 당명 개정?
박 위원장은 이날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뼈아픈 짧은 기간이지만 새롭게 태어날 각오로 한다면 당명도 바꿀 수 있다”며 “여러분이 그렇게 원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준비도 시키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당명 개정 발언은 의총장에서 제기된 재창당론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전재희 의원은 전날 박 위원장을 포함한 전체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읽으며 거듭 당의 존폐 문제를 거론했고 정두언 남경필 의원도 “공천에는 국민이 관심 없다. 재창당을 더 미룰 여유가 없다”며 전 의원의 발언에 동의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작심한 듯 “자꾸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흔들리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다. 앞으로 돈봉투 사건보다 더 큰 일도 터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해산하고, 재창당하자고 할 수 있느냐. 비대위 출범 전 이미 정리가 된 사안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지식도 좋고 다 좋지만 제가 정치하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사람은 줏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가 진다는 말대로 시간이 없다. 여러분이 저에게 맡겼는데 20일 만에 ‘다 뒤집고 새로 하자’고 한다면 국민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렇게 판단력이 없나’라고 할 것”이라면서 “저도 책임감으로 맡은 것인데 너무 그렇게 나가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 신뢰를 되찾고 총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지 우리끼리 분열할 때는 아니다”면서 “총선에서 잘못됐을 경우, 그 이유가 이전투구식으로 갔기 때문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하면 우리가 너무 부끄럽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재창당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한편 인재영입 등에 이은 쇄신의 종착점으로 당명 개정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명 카피라이터 출신인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이 실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 25% 물갈이 지역별 적용?
이날 의총에서는 재창당론 이외에도 4·11총선 ‘현역 지역구 의원 25% 공천 배제’와 관련한 부당성과 비대위원 자질 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의원 136명이 참석한 의총은 19명이 발언자로 나선 가운데 오후 2시부터 4시간가량 진행됐다. 송광호 의원은 “25% 탈락이 너무 획일적인 것이 아니냐”면서 “경선 후유증도 고려해야 하며 지역별 상황도 배려해야 한다”고 부당성을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의총이 끝난 뒤 조원진 의원 등도 우려를 표명하자 “그런 부분에 조정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차명진 의원은 “강한 애국심과 원칙이 있는 사람으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하는데 비대위에는 X맨(팀을 해롭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며 “비대위원들이 박근혜 비밀 당원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박 위원장은 지역구 출마를 하지 말고 비례대표 (순번의) 끝자리로 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의총장 내에서는 특별한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밖으로 나와서는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진수희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당 지지도가 높은 영남과는 달리 수도권은 상대 당 후보와 경쟁력 여론조사를 하면 몰살될 수 있다”며 “물갈이 자체가 공천의 목적이 되면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정몽준 전 대표는 “언론에는 열심히 나오면서 정작 당의 중요한 행사에는 안 나왔는데, 진짜 기본적인 예의가 없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마무리발언에서 공천기준안 마련에 대한 생각도 상세히 밝혔다. 그는 전략공천에 대해 “불출마 선언한 부분이나 사고 지구당도 있고 다 포함될 것”이라며 “이 지역에 경쟁력 있는 인물이 갔을 때 이 지역을 둘러싼 여러 지역의 경쟁력이 선다는 그곳이 전략공천”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도 물갈이식이라는 말이 싫다. 어디까지나 당이 다음 선거에서 이기자 해서 (공천기준을) 만드는 것이지 특정인을 물갈이하기 위해 쓰는 것은 싫다”며 “의원 한 분 한 분의 명예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의총 후 정몽준 전 대표의 제안으로 당내 비주류 의원들이 마포구의 한 음식점에서 ‘번개 만찬’을 했다. 김무성, 정두언, 진수희, 차명진, 이범래 의원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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