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케이(CN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의 발단이 된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 2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외교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이 보도자료는 외교부 홈페이지에 2010년 12월 17일 보도자료 코너와 2011년 6월 28일 보도해명자료 코너에 아직도 게재돼 있다. 금융당국이 ‘허위, 과장’이라고 판단한 자료가 정부기관의 공식 홈페이지에 버젓이 남아 있는 것은 외교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섣불리 이를 삭제했다가는 사건의 주요한 ‘증거’에 손을 대려 했다는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데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도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에 세간의 관심을 끈 이 자료의 조회 건수는 20일 각각 2500건, 3300건을 넘어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20일 “지금까지 보도자료가 문제가 됐던 전례가 없었다”며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26일)가 나오고 이후의 처리 방향이 정해져야 자료의 삭제 여부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안팎에서는 이번 기회에 정부의 보도자료 작성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외교부를 포함한 정부기관의 보도자료는 내용과 관련된 업무를 맡고 있는 실(室) 국(局)에서 만들어 대변인 명의로 최종 작성해 배포되고 있다. 하지만 대변인실은 “관련 업무 담당자가 내용을 가장 잘 알 텐데…”라며 내용 검증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이번 CNK 보도자료처럼 특정 기업의 이름이 홍보성으로 거명되거나 과장된 내용이 포함되더라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19일 외교부 조병제 대변인의 정례브리핑에서는 ‘잘못된 보도자료에 대해 대변인은 책임이 없느냐’는 기자들의 문제 제기로 한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조 대변인은 “보도자료는 원칙적으로 각 국의 책임 아래 나간다”며 “그런 책임에 관한 사항 등은 감사원 감사가 종결되는 대로 (책임 문제에 대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에서는 민감한 사안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대변인의 브리핑과 보도자료 내용은 해당 부서와 관련 부서, 전문가 집단의 검사를 순서대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특정 업체나 업계에 이득이 갈 수 있는 홍보성 자료는 엄격히 금하고 있다”며 “그런 내용의 보도자료가 정부기관에서 나갔다는 것은 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20일 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에 배당하고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넘어온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고발인과 참고인 조사, 압수수색 등을 거쳐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 나갈 계획이다. 검찰은 오덕균 CNK 대표와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 실장 등 증선위에서 고발되거나 통보된 8명과 감사원 조사를 받은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 등의 주가조작 개입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김정안 채널A기자 jkim@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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