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힌 일자리 창출… 잡셰어링으로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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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 MB “근무줄여 일자리 나누자”

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대기업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나누는 이른바 ‘잡셰어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임기 5년차를 맞아 최우선 과제로 밝힌 일자리 만들기를 위해 근로기준법을 고쳐서라도 이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 “주말근무 포함 52시간 초과땐 불법”

정부의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노연홍 대통령고용복지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두 가지 방식을 제시했다.

먼저 주말근무를 주간 노동시간에 산입해 총 근로시간을 줄인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근로자 1인은 법정 최대 근로시간(법정근로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넘겨 일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정부와 경제계는 그동안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에 따라 토요일과 일요일의 주말 근무시간은 주간 노동시간 산정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고쳐 주말 근무시간을 주간 노동시간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가령 하루 10시간씩 주 5일 근무한 뒤 주말에 12시간을 더 일했다면 앞으로는 총 주간 근로시간은 62시간이 되어 ‘10시간 법정시간 초과’로 처벌 대상이 된다. 결국 A기업이 동일한 생산을 유지하려면 기존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에 제3자를 추가로 고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기업이라고 해서 일감이 꾸준히 많은 게 아닌 만큼 탄력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며 “잡셰어링에 따른 추가 고용은 아무래도 비정규직 형식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정부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명시한 근무시간 한도 적용에서 제외되는 업종을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운수업, 통신업, 접객업, 청소업 등 12개 예외 업종을 적시하고 있다. 전체 근로자의 42.7%가 ‘예외 대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근로자의 42%가 예외라면 그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고용자를 늘리도록 하는 강수를 선택한 것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어려움 때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로 선진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떨어지는 환경에서 국내 대기업은 자체 투자에 한계가 있고 단기간에 경영효율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기업 나름대로 일자리 확대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결국 이 대통령으로서는 공생발전을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의 법안 제출 권한을 쓰기로 결심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노동계와 재계는 일단 우려


노동계는 환영과 우려의 뜻을 동시에 나타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는 일은 장시간 노동관행을 바로잡는 바람직한 조치”라면서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및 근로조건 저하 문제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은 환영하지만 임금 총액 감축 가능성에는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노동계는 법 개정을 통한 휴일 근로의 법제화에는 반발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2000년 장관 지침을 통해 ‘휴일 특근은 연장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던 고용부가 이번에는 법을 개정하겠다는 것은 이전에 이 문제가 거론됐을 때처럼 노동시간 단축을 정치 공방으로 쟁점화해 국회로 떠넘기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대기업의 강성노조를 중심으로 ‘근로시간은 줄이지만, 임금총액은 조금밖에 양보 못 한다’는 요구가 나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나아가 경총 관계자는 “근무를 대신할 비숙련 신규 인력을 뽑아야 하는 만큼 이중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앞으로 제도가 달라질 경우 일부 근로자들이 수당을 더 받기 위해 ‘느슨하게 오래 일하는’ 관행도 달라질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재계와 노조가 모두 환영하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 노사정 협의, 정부안 마련, 국회의 법 개정 과정에 대기업 경영자와 대기업 노조가 함께 얼마나 양보하느냐가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잡셰어링 도입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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