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명 개정 속전속결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2004년에도 개정추진하다가 당내 반발에 부닥쳐 무산
과거색 탈피 ‘박근혜黨’ 의지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 시작 전 자리에 앉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한나라당의 당명과 로고 등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 시작 전 자리에 앉고 있다. 비대위는 이날 한나라당의 당명과 로고 등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6일 한나라당 실무진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당명 개정안이 의결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비공개 회의에서 이 안을 보고받고 곧바로 “의결하는 걸로 하시죠”라며 마무리 지었다. 별다른 논의도 없었다고 한다. 한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이 당명 개정에 상당한 열의를 갖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의 당명 개정 의지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총선 이후 당 개혁 차원에서 당명 개정을 추진했고 국민공모를 거쳐 3가지 안으로 압축까지 했지만 당시 수도권 쇄신파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박 위원장은 대체로 겉모습을 바꾸는 것에 대해 이벤트나 쇼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당명 개정에 대해선 주변에서도 이례적이라고 평가할 만큼 신속하고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위원장 측은 “당명 개정을 통해 쇄신의 의지를 천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내심 새로운 당명을 ‘박근혜 브랜드’로 삼아 책임지고 당을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한 친박(친박근혜) 의원은 “한나라당이란 당명은 조순 전 서울시장이 만든 것으로 ‘이회창당’의 이미지가 강해 2004년에도 박 위원장은 그런 색깔을 지우고 싶어 했다”며 “과거를 벗어나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새 이름을 지으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2004년 당시 의원 설문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더 많았지만 “한나라당을 사당(私黨)화하려 한다”는 당내 반발에 부닥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당명 개정을 반드시 막겠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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