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명박 대통령 후보 캠프의 비공식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6인회’였다. 이 대통령 외에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국회의장,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덕룡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멤버였다. 이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가끔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당시 수시로 저녁에 모여 선거대책기구 인선, 선거전략, 홍보 등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이후에도 각자 부침은 있었지만 여전히 최고의 ‘권력’을 누려 왔다. 캠프 시절 6인회 원로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이 이 대통령과 멀어지면서 이들의 정치적인 비중은 더 높아졌다. 이들은 맡은 직책과 상관없이 대통령과 독대하며 광범위한 현안에 대해 조언해 왔다.
그러나 정권 말기에 이르면서 이들의 정치적인 입지가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특히 이 전 부의장과 최 위원장은 측근 비리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 전 부의장의 경우 박배수 보좌관이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이 전 부의장의 개입 여부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측근인 정용욱 씨가 EBS 이사 선임 청탁과 함께 2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박 의장은 18대 총선 공천 탈락의 시련을 딛고 2008년 당 대표에 선출됐다. 2009년 10월 재·보선 때 경남 양산에서 당선된 뒤 18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했으나 최근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뒤늦게 터져 측근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측근 비리 의혹에 책임을 지고 최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박 의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의장과 박 의장은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여서 정치적인 생명은 사실상 끝난 상황이다.
친이(친이명박)계의 좌장 역할을 해온 이재오 전 장관도 요즘 힘이 많이 빠진 상태다. 한때 ‘이재오계’ 의원이 100명에 이를 정도로 세력을 과시했으나 지금은 10∼20명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김덕룡 의장은 18대 총선 공천 탈락 후 대통령국민통합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해 왔으나 지난해 말 사퇴했다. 천 회장은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2년6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정권 말기마다 대통령의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는 행태가 반복되는 걸 보면서 ‘권력무상’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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