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실세 용퇴론’ 재점화… 지금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0일 03시 00분


김세연 비대위원 “한나라 이 지경 만든 분들, 책임 있는 결단을”

한나라당 김세연 비상대책위원이 29일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에 다시 불을 붙였다. 지난해 12월 말 김종인 이상돈 비대위원이 제기한 용퇴론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나 용퇴론 제기 시점이 심상치 않다. 4·11총선 공천위원회 구성이 임박한 상황에서 사전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비대위 정치쇄신분과 소속 김세연 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나라당이 이토록 국민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게 만든 근본 원인을 제공한 분들은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줄 때가 왔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공천과정을 통해 결과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가능하다면 사전에 그런 (용퇴) 결단이 있어야 한다. 그러면 공천이 좀 더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겠는가”라며 “국민이 볼 때 이런 부분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거듭 태어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단 요구가) 대통령 탈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당내에서 그러한 책임 있는 인물들이 (용퇴 선언을 하고) 나올 때가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누구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스스로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인위적 물갈이를 하거나 용퇴를 강요하기보다는 스스로 결단하는 모양새가 당이 화합 속에서 쇄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친이(친이명박)계 좌장 역할을 해온 이재오 의원과 당 대표를 지낸 안상수 홍준표 의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은 친박(친박근혜) 성향으로 분류되고 있어 박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현 정부 핵심 인사 주변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인적쇄신을 통한 선긋기를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는 “개인적 의견이며 (용퇴) 대상이나 기준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친이계는 정면 대응을 자제하면서도 부글부글 끓었다. 장제원 의원은 트위터에서 “갑자기 왜 공천을 앞둔 민감한 시점에 당의 분열에 불을 지르는 ‘물러가라’ 타령을 하느냐”며 “자네(김 의원)가 누구를 물러가라 할 만큼 당 기여도가 있는가. 비대위에서 나쁜 것만 배웠느냐”고 비판했다.

김 위원이 영남권에 대거 포진한 친박계 중진 의원들도 함께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불출마 선언과 같은 용퇴를 기피하며 인적쇄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편 쇄신파인 김 위원은 비대위 활동과 관련해 “죽어야 살 수 있는 상황인데도 너무 현실에 안주하는 관성이 남아 있다”며 △당 대표 폐지와 기초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 폐지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분리 등을 거듭 주장했다.

남경필 구상찬 의원 등 다른 쇄신파 의원들도 이날 긴급 회동을 갖고 김 위원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들은 “당 대표 폐지와 원내중심 정당화 등 제안에 대해 비대위의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며 “정책토론회를 통해 원내정당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방안을 마련하고 비대위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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