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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뉴스A/잠금해제2020]단독/백두산 꽃제비들의 비극
채널A
업데이트
2012-02-03 23:43
2012년 2월 3일 23시 43분
입력
2012-02-03 22:00
2012년 2월 3일 2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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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남) 따뜻한 밤 보내고 계십니까?
영하 20도에도 못미친 추위에 벌벌 떨었던 저 자신이
부끄러웠던 참혹한 소식으로 오늘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여) 영하 40도를 오르내리는 산 속에서
북한 어린이들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남) 채널 A는 오늘과 내일
북한 접경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른바 꽃제비 어린이들의 참담한 삶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여) 백두산 현지에서 윤영탁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채널A 영상]
단독/“수용소서 돼지사료 먹어” 영하 40도 백두산 꽃제비들의 비극
===============================================
북한 제2의 도시, 혜산시를 눈앞에 둔 접경지역.
중국 장백현에서 한 소년을 만났습니다.
얼어버린 두 발이 모두 불에 타버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참혹한 모습입니다.
이 소년은 취재팀이 현지에 도착하기 이틀 전,
북한에서 넘어온 탈북자 이른바 '꽃제비'입니다.
[인터뷰 : 소년 탈북자]
"내 위에는 형님이 있는데, 어머니가 데리고 달아났어요. 아버지 사망. 먹고 살기 힘드니까…
우연히 주민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 장백 주민(꽃제비 발견)]
"그 얼어서 죽는 거 집에 데리고 들어와서 그런데 발이 다 타버려서… 아이들 먹을 것도 입을 것도 없지 어떻게 하겠어요. 길에 다니다가는 잡히면 저 쪽(수용소)으로.."
이 소년은 지난 해 11월, 친구들 12명과 국경을 넘었다가
중국 공안에 발각돼 북으로 추방됐었습니다.
[인터뷰 : 꽃제비 보호자]
“이 아이들은 그 쪽 말로 꽃제비 애들이라 (수용소에서) 좀 때리고 한 이틀 후에 내보내 줍니다.”
수용소에서는 두 달 동안 중국에서 수입한 돼지사료를 먹었습니다.
[인터뷰 : 소년 탈북자]
"두 달 있었어요. 감자 먹었어요. 7~8알씩.."
이번에는 혼자 국경을 넘었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또래 아이들과
먹을거리가 풍족한 장백 장마당 근처에서 머물 은신처를 마련하기 위해섭니다.
[인터뷰 : 소년 탈북자]
"3월에 다 건너옵니다. 이제. (강이) 어니까. 강이 얼어있을 때까지. (걔들은 지금 어디에 있어?) 혜산 장마당."
[스탠드업(PDP) : 윤영탁 기자]
탈북자 신분이기 때문에 이 소년은 병원 치료를 전혀 받지 못한 채, 보호자가 어렵게 구해온 화상약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까요.
이들이 만들어 놓은 근거지를 직접 가봤습니다.
백두산 자락 낮은 산등성이, 빽빽한 수풀을 걷어보니
어른 한 두 명이 겨우 들어갈 만 한 비좁은 공간이 나타납니다.
얼마 전까지 아이들 13명이 이곳에서 물을 떠먹고,
가스버너를 훔쳐와 불을 지폈습니다.
영하 40도를 넘나드는 혹독한 추위,
아이들이 의지할 것은 헌 옷과 지푸라기로 만든 움막뿐입니다.
이 소년은 동상으로 감각이 없는 발을 불에 녹이다 깜빡 잠들어
다리가 타버린 줄도 몰랐습니다.
이렇게 백두산 자락에 숨어 지내는 꽃제비들은
지난해 2백여 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수십 명으로 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장백현 주민들에게 이들은 골칫덩어리일 뿐입니다.
[인터뷰 : 중국 장백현 주민]
"갸들(꽃제비들)을 왜 나쁜놈들이라고 하냐면 도둑질을 해서..한 두 사람한테는 (먹을 것을) 줄 수 있는데, 모아 놓으면 줄 수도 없단 말이야."
따라서 일부 선교사들만 위험을 무릅쓰고,
죽어가는 이들을 구조해 보살피고 있습니다.
[인터뷰 : 꽃제비 보호 주민]
"(공안에) 잡히면 어디서 왔는가, 조사를 다 하고 벌금을 물리고..
이들은 어떻게 국경을 넘었을까.
[스탠드업 : 윤영탁 기자 / 중국 장백현]
이렇게 꽁꽁 얼어버린 압록강은 북한의 혜산시와 중국의 장백을 연결하는 통로가 됩니다. 강을 건넌 북한주민들은 담장을 넘을 수 있는 곳을 지나 중국으로 향합니다.
강을 넘어 길 하나만 건너면 도착하는 곳이
바로 장백 시내입니다.
이렇게 가깝다보니
이곳에선 북한과의 밀무역이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취재팀이 압록강 주변을 돌며 관찰해보니
눈길 위로 이어진 발자국을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까지도 왕래가 있었다는 얘깁니다.
손빨래를 하고, 얼음을 자르는 어른들 사이로
썰매를 타고 연을 날리며 놀고 있는 아이들.
그 뒤로는 총을 감춘 북한군이 감시를 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삼엄해진 접경지대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압록강 일대 대부분은 군의 시선이 닿지 않습니다.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드는 북한 아이들.
곧장 강을 넘어오는가 싶더니,
[인터뷰 : 북한 소년]
"이 거지같은 XX야!"
욕설을 퍼붓고는 이내 북으로 되돌아갑니다.
마음만 먹으면 강을 건널 수 있는 겁니다.
[인터뷰 : 탈북 소년]
"강 얼었으니까 얼은 데로..(밤에?) 낮에.."
먹고 살 걱정 없는 한국에서의 생활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는 꽃제비들.
[인터뷰 : 탈북 소년]
"원래 아이들이 태어나서 한국 가고 싶어 하는데, 잡히니까... (한국 가고 싶어해?) 네."
2012년 겨울, 북한 접경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현실입니다.
중국 장백현에서 채널A 뉴스 윤영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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