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구설수 의원 39명 문건, 사실상 살생부 아니냐” 새누리당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본보 ‘재판-구설수 의원 39명 문건’ 보도 파장

새누리, 총선후보자 신청 공고 3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 입구에서 당 사무처 직원들이 4·11 총선 후보자 신청공고문을 붙이고 있다. 신청 기간은 6∼10일이다. 13일 전국위원회에서 당명 개명을 의결하기 전까지는 공식 명칭이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공고문에는 한나라당이라고 적혀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 총선후보자 신청 공고 3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 입구에서 당 사무처 직원들이 4·11 총선 후보자 신청공고문을 붙이고 있다. 신청 기간은 6∼10일이다. 13일 전국위원회에서 당명 개명을 의결하기 전까지는 공식 명칭이 한나라당이기 때문에 공고문에는 한나라당이라고 적혀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사무처가 19대 총선 공천작업을 위해 기초자료로 작성한 문건을 동아일보가 3일 단독 보도하면서 당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이 문건에는 18대 국회 회기 동안 재판을 받았거나 말실수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당 소속 의원 39명의 명단과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본보 3일자 A4면 새누리당 ‘재판-수사…

출처가 불분명한 여러 괴문서가 돌아다닌 적은 있지만 19대 총선과 관련해 당 사무처가 작성한 공식 문건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당에서는 “통상 자료”라고 해명했지만 공천작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역 의원과 보좌진, 총선 출마 예정자들은 하루 종일 39명의 신원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현역 의원들은 자신이 명단이 포함됐는지, 정치 신인들은 출마 준비 중인 지역구의 현역 의원이 포함됐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지역의 A 의원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 항목에 내 이름이 올라 있을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그것만으로 공천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의 B 의원은 “이미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정 났는데 그 자료에 포함됐다면 억울하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 주변에선 명단 39명의 신원을 추측해서 작성한 괴문서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돌아다니는 등 뒤숭숭했다. 괴문서에는 실제 문건에 담긴 명단과 다른 이름이 적혀 있는 경우도 많았다.

당 일각에서 “사실상 살생부를 작성해 놓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자 당 지도부는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황영철 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에서 “(동아일보가 보도한) 현역의원 39명과 관련한 자료는 당 사무처가 작성한 것이 맞다”면서도 “통상적 자료로 사무총장에게만 보고됐으며 공천위원들에게 제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동아일보 보도 문건에 나온) 재판 경력이라든지 구설수에 올랐던 사람들 이런 것이 조금 참조가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후 브리핑에선 “공천 자료로 쓰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현역 무더기 물갈이를 포함한 공천개혁은 막이 올랐다는 게 당 안팎의 분위기다.

공천작업이 본격화되기 전 중진의원들의 자진 불출마가 필요하다는 당내 여론도 커지고 있다.

권 사무총장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진의원들의 자진 용퇴가 너무 없다”고 처음 말한 데 이어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당의 위기상황이었던 2004년에는 좋은 분들이 많이 사퇴를 해 주셨는데 이번에는 당을 위해 사퇴하는 분들이 너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실제 2004년 이맘때는 24명의 현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이번 19대 공천과 관련해 불출마를 선언한 의원은 현재까지 8명에 불과하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2004년 탄핵위기 속에서 중진의원들의 자진 불출마로 국민들이 당의 변화를 체감하면서 선전할 수 있었다”며 “일부 중진의원들이 공천 탈락에 대비해 무소속 출마를 준비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남권의 한 중진의원은 “특별한 잘못도 없는데 공천 신청조차 하지 말라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면서 “국회에는 신진과 중진이 조화를 이뤄야 하며 선택은 지역주민이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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