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는 과학” 그가 만든 당명에 박근혜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4일 03시 00분


“저는 골수 야당 성향이고, 나꼼수(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팬입니다.”

카피라이터 출신인 새누리당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사진)은 1월 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입 제안을 받은 뒤 처음 만난 자리에서였다. 조 본부장의 역량이 당에 꼭 필요하다고 여긴 박 위원장은 “괜찮다”면서 “건전한 정당의 한 축인 한나라당이 잘돼야 하지 않겠느냐. 도와 달라”고 했다고 한다.

논란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이란 당명은 사실상 조 본부장의 작품이다. 박 위원장은 2일 회의에서 당명 후보작을 처음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로서 충분히 검토했다. 책임지고 가겠다”며 새누리당을 채택해 달라는 조 본부장의 주장에 다른 비대위원들의 반대에도 그의 손을 들어줬다.

조 본부장은 최근 자신의 아이패드 첫 화면에 ‘투 더(To the) 150’이라고 써놓았다.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50석을 얻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당 사무처 관계자는 “조 본부장이 오전 8시에 출근해 자정을 넘어서까지 사무실 불을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조 본부장은 광고업계에선 ‘풍운아’로 불린다. 카피라이터로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영화 등 다른 사업에서 크게 실패하며 파산 위기까지 맞았다. ㈜명필름과 손잡고 제작한 영화 ‘후아유’는 관객이 손익분기점을 한참 밑도는 20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 참패했다. 감각이 지나치게 시대를 앞서갔다는 평도 있었지만 개봉 시기도 하필이면 ‘월드컵 4강 신화’로 극장가가 텅 비었던 2002년 5, 6월이었다. 2005년 11월에는 서울 서초구와 손잡고 영어마을을 만들었지만 적자의 늪에 빠지기도 했다.

당 일각에선 총선 홍보를 위한 업체 선정을 놓고 뒷말도 나온다. 통상 총선을 앞두고 3, 4개 업체가 경쟁을 통해 결정되는데 조 본부장이 임명된 뒤 경쟁 과정이 생략되고 조 본부장과 친분이 있는 특정 업체가 선정됐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최소 50억 원이 넘게 드는 총선 홍보를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본부장은 “당의 위기상황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밟을 수가 없었고 총선을 앞두고 팀워크와 효율성, 보안이 중요해 믿을 수 있는 업체에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근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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