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부처 너도나도 “독도수호”… 유사-중복사업으로 예산 낭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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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일본의 독도영유권 침탈 야욕에 맞서 정부가 독도 예산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관련 부처들이 기념관이나 생태계 조사 등 중복되거나 유사한 사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면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2012년 회계연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독도 관련 정부 총예산은 894억 원으로 전년보다 2.3배가량 증가했다. 국토해양부도 지난해(182억5500만 원)보다 2.4배로 늘린 440억8700만 원을 독도 예산에 책정했다.

문제는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독도 관련 사업을 추진하면서 유사하거나 중복된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독도 기념관 사업은 7건, 생태계 모니터링 사업은 5건에 이른다. 국토부는 안용복 기념관과 독도박물관 운영에 더해 독도체험관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는 울릉도·독도 생태체험관, 교육과학기술부는 수도권 독도 교육체험관, 국가보훈처는 독도의용수비대 기념관을 짓기로 하고 관련 예산을 배정받아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예산이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국토부는 별도로 수도권에 독도박물관을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생태계 모니터링 사업도 부처별로 진행 중이다. 국토부는 ‘독도 해양생태계 장·단기 모니터링’ 사업, 환경부는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및 정밀조사’와 ‘기후변화에 따른 독도 및 울릉도 생태계 변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문화재청의 ‘독도 천연보호구역 생태환경 모니터링’은 독도 생태계 보존을, 산림청의 ‘독도 산림생태계 복원’은 산림녹화사업을 목표로 내세워 상충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독도 개발사업은 예산만 받아놓고 부처 간 의견차로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국토부가 2008년부터 추진한 독도 방파제 건립사업은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문화재청과 외교적 마찰을 걱정하는 외교통상부의 반대로 최근까지 사업이 지연됐다.

독도 관련 사업이 기념관이나 항만, 도로, 군사시설, 기상관측시설 등에 집중된 것도 문제다. 건설사업이 독도 관련 전체 사업비의 98.6%나 된다. 이런 사업 중에는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독도방파제 설치 등 꼭 필요한 사업도 있지만 정부가 여론을 의식해 ‘보여주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화경 영남대 독도연구소장은 “현재의 독도 관련 사업은 전시행정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부처별로 우선순위를 정해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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