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발전적 변화에 역할… 정치도 그중 하나”
재단 설명하며 기회격차 해소 ‘어젠다’ 제시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기부재단 설립계획을 공식 발표하면서 다시 신발끈을 조여 맸다. 그는 정치 참여에 대해 “사회의 발전적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할지 생각 중이며 정치도 그중 하나”라고 말해 여전히 가능성을 열어뒀다. ‘안철수 재단’은 이르면 총선 직전인 3월 말 출범한다.
안 원장은 이날 재단이 추구할 키워드로 나눔, 공감, 정보기술(IT)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기부자와 수혜자를 구분하지 않는 수평적 나눔 △세대 간 격차 해소 등을 통한 기회 격차 해소 △IT를 이용한 쉬운 기부 등이다. 일각에선 안 원장이 정치 참여를 결심하면 언제든 정치적 어젠다로 내세울 수 있는 사실상의 ‘안철수식 정치 키워드’를 발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안철수연구소 보유 주식(37.1%)의 절반인 186만 주(6일 현재 2300여억 원 상당)를 기부해 만드는 안철수 재단(가칭)의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회견 무대에서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연상케 하는 프레젠테이션(PT)을 보인 안 원장은 “제 조그마한 시작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조그만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그는 재단 운영에 대해서는 “(재단의) 제안자이고 기부자이지만 제 몫은 여기까지”라면서도 “재단 행사와 기부문화 증진 활동에 도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 安 ‘정치 참여’ 직설법 안썼지만… 국민 관심끌기 타이밍 절묘 ▼
○ 안철수의 ‘2012년판 가치’
안 원장은 안철수재단의 핵심 가치를 ‘수평적 나눔을 통한 기회 격차 해소’로 설정하고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교육 지원, 세대 간 재능 기부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식 기부 체계’를 만들기 위해 코지즈, 키바 등 해외 재단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혔다. 코지즈(www.causes.com)와 키바(www.kiva.org)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기부 플랫폼. 안 원장은 “3, 4년 전부터 SNS 등 첨단기술을 사회활동에 적극 접목해 많은 성과를 얻는 모델이 등장했다”며 “한국에는 이런 활동이 부족해 이를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의 실무를 담당한 강인철 변호사는 “안철수재단은 사람들의 희망에 투자해 다양한 방법으로 가치를 순환시키는 ‘가치의 선순환’을 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안철수식 가치’ 확산에 나설 듯
안 원장은 재단을 향후 정치 행보와 연결짓는 데 대해 경계감을 드러냈다. “정치 입문 여부에 대한 고민이 끝났느냐”는 질문엔 “기부재단 질문만 하라” “제가 정치 참여를 하고 안하고는 본질이 아니다”며 답을 피했다. 그러나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정치 참여를 고민하고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정치권에선 안 원장이 당분간 재단을 통해 ‘안철수식 가치’를 널리 알리면서 정치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안 원장이 이날 내놓은 ‘수평적 나눔’ ‘기회의 격차 해소’ ‘IT 기반’ ‘세대 간 격차 해소’ 등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권이 추구하고 싶어 하는 ‘시대정신’에 가깝다. 결국 안 원장의 이날 발언과 행보는 재단이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이 소망하는 가치와 추구 방식을 국민 앞에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재단이 SNS를 기반으로 일반 시민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상되는 만큼, 지난해 청춘콘서트처럼 안철수재단 설립을 계기로 광범위한 ‘2차 안철수 현상’이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청춘콘서트를 통해 제시한 안 원장의 가치가 소통, 배려였다면 오늘은 이를 구체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재단 관련 행사를 계기로 안 원장이 대중 접촉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단의 공식 출범 시점을 총선 직전인 3월 말로 정한 것도 다양한 관측을 낳고 있다. 국민적 관심을 끌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것이다. 최근 안 원장의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이런 행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리얼미터의 2월 첫째 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은 19.3%로 1주일 전보다 1.9%포인트 오른 반면 안 원장은 21.2%로 2.0%포인트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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