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 안고 간다” 박희태 사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9일 09시 14분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모두 제 책임"
2년 국회의장 임기 못마친 5번째 의장 '불명예'
전직 의장 신분으로 검찰 소환조사 불가피 전망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의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박 의장은 새누리당 고승덕 의원이 지난 1월4일 공개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이날 오전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18대 국회 후반기 의장인 박 의장의 임기는 오는 5월29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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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오전 10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박 의장의 사퇴문을 대신 발표했다.

박 의장은 사퇴문에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저는 큰 책임을 느끼며 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습니다. 관련된 사람이 있다면 모두 저의 책임으로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동안 사랑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고 감사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박 의장은 이승만, 이기붕, 백두진, 박준규 등에 이어 국회의장 임기를 마치지 못한 역대 5번째 의장이 됐다.

특히 비리 관련 사건에 연루돼 현직 의장이 불명예 퇴진한 것은 박 의장이 처음이다.

박 의장의 사퇴는 일부 언론이 이날 그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2008년 전대 당시고 의원 측에 건네진 문제의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이를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직접 보고한 것으로 보도한 직후 나온 것이다.

박 의장은 그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의 사퇴 촉구와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거부해왔으나 검찰 수사의 칼날이 좁혀오자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박 의장과 2008년 전대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정무수석은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박 의장 돈봉투 사건은 "박 의장 측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건네받았다가 되돌려주었다"는 고 의원의 증언으로 지난 1월4일 처음 공개됐다.

고 의원은 같은 달 8일 검찰에서 "2008년 7월 전대(3일)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진술했다.

한편 박 의장이 전격 퇴임함에 따라 후임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4선의 이해봉 의원과 6선의 홍사덕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 일각에서는 `3개월 의장'을 새로 선출하는 것이 무리라는 점을 들어 정의화 부의장의 직무대행 체제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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