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저축은행 특별법 등 불합리한 법안에 대해선 입법 단계부터 각 부처가 적극 대처해 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입법을 비판하고 이런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권이 4·11총선을 의식해 추진하는 포퓰리즘 입법 사례를 보고받았다.
회의에서는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를 위해 법정 보호한도인 5000만 원이 넘는 예금도 보호하는 내용의 부실저축은행 지원 특별법과 신용카드 영세가맹점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수료율을 시장이 아니라 국가가 정하도록 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 보고를 받은 뒤 “법안들이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은 없는지, 입법화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발생할지 등을 검토해 적극 대응해 달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거부권을 검토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입법”이라며 “국회가 시장경제 원칙을 감안해 최종 입법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 안팎에서는 3개월 전 이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일독을 권한 ‘포퓰리즘의 덫’이란 책을 떠올리는 이가 많았다.
이 대통령은 10·26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닷새 후에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 책을 참모들에게 나눠주면서 “10년, 20년 뒤 미래세대가 고통을 받을 걸 뻔히 알면서 표 때문에 막지 못하면 지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 등 6명이 쓴 이 책은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을 비판하고 이명박 정부의 일부 정책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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