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잘못된 과거 깨끗이 단절”… 한명숙 “식물정부, 박근혜도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6일 03시 00분


■ MB 떼내는 與… 묶어 때리는 野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취임 한 달을 맞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도 현 정권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몰아붙였다.

박 위원장은 KBS 라디오 연설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는 깨끗이 단절하고 성큼성큼 미래로 나아가겠다”며 “과거에 묶이고 과거를 논박하다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가는 선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전진하는 총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악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과거와 선을 긋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과 친이(친이명박)계가 의혹에 연관된 현실에서 사실상 청와대와의 단절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을 한묶음으로 비난했다. 그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금 정부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식물정부”라며 “무책임하고 무능한 내각을 총사퇴시키라”고 말했다. 또 박 위원장을 겨냥해 “조수석에서 침묵으로 이명박 정부를 도왔다”며 “난폭음주 운전으로 인명사고가 났다면 운전자뿐만 아니라 조수석에 앉아 있던 사람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모르는 척, 아닌 척 숨지 말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선 “총선에서 승리하면 반드시 재재협상을 하고 정밀 재검토를 하겠다”며 “재재협상 내지 전면 재검토가 불가능하다면 폐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총리 시절 한미 FTA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반대 시위에 민형사 대응 방침을 밝혔던 한 대표는 ‘말바꾸기’ 지적에 대해 “내용도 바뀌고 상황도 바뀌었다”고 반박했다.

한미 FTA는 한 대표의 회견문에는 한 줄도 없었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한 것이다. 과거 한미 FTA를 옹호했던 한 대표의 ‘과거사’가 부각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한 대표는 자신의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선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내각 총사퇴 요구에 대해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정치 공세다. 대꾸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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