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을 50여 일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 신청이 모두 끝났다. 앞으로 각 당의 공천 과정에서 이변과 반전이 속출하겠지만 큰 틀에서 여야간 대진표는 짜여진 셈이다. 245개 지역구(18대 총선 기준) 가운데 19대 총선 전체 판세에 영향을 미칠 ‘빅7’ 지역을 살펴봤다. ○ 서울 동작을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의 지역구에 이계안 민주당 전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동작을은 정 전 대표가 울산 동에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되기 전인 17대 총선 때 이 전 의원이 처음 금배지를 단 곳이다.
두 사람이 모두 ‘현대가(家)’라는 점은 이들의 한판승부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인 정 전 대표가 현대중공업 사장을 맡을 당시 이 전 의원은 현대중공업의 부장이었다. 이후 이 전 의원은 현대자동차 사장과 현대캐피탈·현대카드 회장을 지냈다.
천정배 민주당 의원이 전략공천을 받을지도 관심거리다. 천 의원이 정 전 대표와 맞붙으면 18대 총선에서 정 전 대표에게 패배한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을 대신해 ‘설욕전’을 펴는 셈이다. 6선의 정 전 대표가 19대 총선의 파고를 넘어 대선 주자로 뛸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얻게 될지 주목된다. ○ 경기 의왕-과천
18대 국회에서 가장 낙차 큰 롤러코스터를 탄 의원을 꼽으라면 단연 안상수 새누리당 전 대표일 것이다.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연이어 거머쥐며 집권여당의 최대 실력자로 떠올랐지만 ‘보온병’ ‘자연산’ 발언 파문에다 재·보선 패배까지 겹쳐 중도하차했다. 야당에서 경기도 공략의 타깃으로 의왕-과천을 지목하는 이유다.
민주통합당에서는 이 지역구에 모두 7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 중 송호창 변호사가 눈에 띈다. 그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의 대변인을 맡았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 때는 각종 TV토론에서 시위대를 옹호해 ‘촛불 변호사’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과천에서 열린 송 변호사 팬클럽 미팅에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공지영 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의왕-과천은 안 전 대표가 내리 4선을 한 새누리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이다. 민주당이 지난해 경기 성남시 분당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여세를 몰아 또 한번 새누리당의 영토를 잠식할지, 안 전 대표가 수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부산 사상
여야 모두 이곳에서의 승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회의원 1석의 싸움이 아닌 부산·경남(PK) 민심의 향배를 두고 벌이는 혈투이기 때문이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미 바람을 탄 분위기다. 새누리당에서는 벌써부터 누구를 내세우든 문 이사장과의 승부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새누리당의 관심은 오히려 문 이사장과의 맞대결보다는 ‘노풍(노무현 바람)’의 확산을 어떻게 막느냐에 맞춰져 있다.
이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한 새누리당 후보는 모두 5명이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적극 밀고 있다. 두 사람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함께 이끌었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는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내심 전략공천을 기대하고 있다. 태권도 스타인 문대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새누리당의 전략공천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 대구 수성갑
김부겸 민주당 최고위원이 수성갑에서 ‘노무현식 정치실험’을 벌인다. 경기 군포 3선 의원인 김 최고위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새누리당의 심장부로 뛰어들었다. 이곳을 지키고 있는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제교사’로 통하는 이한구 의원이다.
김 최고위원은 이 의원의 경북고, 서울대 후배다. 이 의원이 학자 스타일이라면 김 최고위원은 대중연설의 달인으로 통한다.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이 의원의 지지율(38.3%)이 김 최고위원(15.9%)을 2배 이상 앞섰다. 김 최고위원이 대구·경북(TK)에서 민주당의 ‘선전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여줄지 주목된다. ○ 광주 서을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김 최고위원과 같은 처지다. 그는 9일 광주시의회 기자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호남의 여당(민주당)을 심판해 달라. 호남의 예산 지킴이를 키워 달라”고 호소했다. 전남 곡성 출신인 이 의원은 17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로 이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720표(1.0%)를 얻는 데 그쳤다.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6선에 도전한다. 같은 당에서는 ‘현역의원 교체 바람’과 맞물려 이상갑 변호사와 김이강 노무현재단 광주운영위원, 서대석 전 대통령사회조정비서관 등이 도전장을 냈다. ○ 충북 청주 상당
청주 상당은 충청 최대 승부처 중 하나다. 민주당에서는 홍재형 국회부의장이 단독으로 공천을 신청했다. 이에 맞서 정우택 전 충북도지사가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홍 부의장은 이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했다. 그는 충청 출신으로 첫 국회의장이 되겠다며 ‘큰 인물론’을 앞세워 4선 고지를 노리고 있다.
정 전 지사는 충북 진천-괴산-음성에서 15, 16대 의원을 지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는 이시종 민주당 후보에게 5.3%포인트 차이로 석패해 도지사 재선에 실패했다. 최근 한 지역방송사의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의 민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 양당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 경남 김해을
김해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친노(친노무현)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곳이다. 17,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최철국 전 의원이 내리 당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4·27보선에서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이 기적처럼 생환했다. 19대 총선도 예측불허다.
민주당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마지막까지 지킨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과 곽진업 전 국세청 차장이 경합하고 있다. 최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는 김 사무국장이 40.9%의 지지를 얻어 김 의원(34.0%)을 6.9%포인트 앞섰다.
김해을에서의 승리는 민주당에 성지의 탈환이자 친노의 부활을 의미한다. 반면 새누리당은 김해을에서 노풍을 차단하지 못하면 부산 서부권, 일명 ‘낙동강 전선’이 줄줄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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