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親李 4인방’ 공천 뜨거운 감자로

  • Array
  • 입력 2012년 2월 20일 03시 00분


‘4·11총선 새누리당 공천의 향방을 알려면 먼저 서울 친이(친이명박)계 핵심들의 운명을 보라.’

이번 주부터 본격화될 공천 심사에서 친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거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과 각을 세웠던 인사들이 공천 관문을 넘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 지도부 내에서 일부 비대위원이 ‘이명박 정부 실세 용퇴론’을 수차례 언급한 후 친이계 내에서는 “우리를 고의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의 당 주류에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공천에서 탈락된 것도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이들을 ‘뜨거운 감자’로 여기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서울 친이계 의원들은 공천 경쟁과 지역구 상황 모두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친박 및 주류의 이혜훈(서초갑), 권영진(노원을), 김선동(도봉을) 의원은 공천 경쟁자가 없어 출발부터 순조롭다.

특히 범친이 진영에서 상징성이 큰 정몽준 전 대표(동작을), 이재오 전 특임장관(은평을), 나경원 전 의원(중구), 전여옥 의원(영등포갑)에게 관심이 모아진다. 홍준표 전 대표(동대문을)는 거취를 당에 위임하고 지역구 공천을 신청하지 않았다.

정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 비대위원장의 대항마로 거론된다. 당 운영을 놓고도 박 위원장의 노선에 제동을 거는 몇 안 되는 중진 중 하나다. 정 전 대표는 4년 전 18대 총선에선 서울의 유리하지 않은 지역에 나와 야당 대선후보 출신의 정동영 의원을 꺾었다. 이번엔 지역구에서 민주통합당 이계안 전 의원과 접전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 “정 전 대표를 다시 차출해 야권 대선 주자인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나오는 부산 사상에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정 전 대표 측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지(死地)로 내몰겠다는 것이냐”며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 전 장관은 그동안 박 위원장과 끊임없이 대립각을 세워왔다.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구에서 4선을 할 정도로 경쟁력이 강하지만 이번에는 서울 전역에서 야권 후보의 강세가 예상돼 생환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는 평이 많다.

나 전 의원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기 위해 내놓은 옛 지역구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당내에선 “나 전 의원이 최고위원, 시장 후보로 혜택을 본 만큼 이번엔 서울 서부지역 같은 힘든 곳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당 대변인이던 2007년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원칙이 아닌 당의 원칙이 중심이 돼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박 위원장을 직접 비판한 적이 있다.

전 의원은 박 위원장이 당 대표 시절 대변인을 하는 등 한때 최측근이었지만, 그 후 친이 진영에 서서 박 위원장에게 거친 공격을 계속해 친박계의 거부감이 크다. 친박계를 자처하는 후보들이 전 의원에게 공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 다른 지역에서도 친이-친박 갈등 조짐이 벌써부터 보인다. 이명박 정부 인사인 김해진 전 특임차관과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이 출마한 양천을에는 길정우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공천을 신청했다. 길 전 위원은 양천을 현역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의원과 친박계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친이 후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친이 후보들이 의도적인 공천 배제 대상이 될지에 대해선 친이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 친이계 의원은 “어려운 서울에서 그나마 경쟁력 있는 친이 중진이 공천 탈락한다면 고의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선을 앞두고 주류가 역풍을 각오하고 정치적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은 “일단 지켜보고 있지만 주류가 총선보다 대선후보 경선을 염두에 두고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대선용 공천’을 할지도 모른다”고 경계했다.

정 전 대표 등은 현재로선 ‘공천 탈락 시 탈당’ 등 집단행동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러나 공천 결과에 따라 집단 탈당, 무소속 출마, 다른 정치세력과의 연대 등 총선 판도를 흔들 ‘마지막 카드’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