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내달 26, 27일 개최… 北 “수수방관하지 않겠다” 협박■ 쟁점별 문답풀이
《 서울 핵안보정상회의(3월 26, 27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 정상회의에는 전 세계 정상 50여 명과 주요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다. 한국이 개최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다. 정부는 유명인사를 홍보대사로 내세우고 각종 팸플릿을 배포하며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북한이 한국의 초청에 응할지가 관심사로 대두되는가 하면 최근엔 이 정상회의 개최에 항의하는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원자력발전소의 폐기 문제가 이슈로 불거질 조짐도 보인다. 22일 북한은 이 정상회의를 ‘엄중한 도발’로 규정하며 “수수방관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 전문가들은 “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여러 오해 때문에 엉뚱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정상회의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문답 형식으로 내용과 쟁점을 짚어본다. 》 ○ 핵무기 감축을 논의한다?
핵안보는 테러리스트들이 핵물질 탈취나 불법 이전, 핵시설 파괴 등을 통해 ‘핵테러’를 벌이지 못하게 막는 것을 말한다. 실험용원자로나 컴퓨터단층촬영(CT)에 쓰이는 방사성물질 같은 핵물질의 관리도 포함된다.
이미 만들어진 핵무기를 줄이는 핵군축은 의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핵물질을 불법 전용해 군사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핵비확산도 제외됐다. 핵군축이나 핵비확산에는 군축협상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같은 다른 국제시스템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연재해나 고장으로 인한 원전의 방사성물질 누출을 막기 위한 핵안전 문제는 이번에 의제로 포함됐다. 제1차 워싱턴 정상회의 때는 의제에 없었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추가됐다.
○ 핵테러는 한낱 시나리오일 뿐?
핵안보정상회의의 핵심 의제인 핵테러 위협은 ‘미션 임파서블’ ‘피스메이커’ 같은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뤄졌다. 미국 드라마 ‘24’에서도 핵테러리스트의 공격을 막기 위한 주인공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제 핵테러가 발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하지만 핵테러가 일어날 경우 그 피해는 실로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1%의 확률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각오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한다. ‘더티 봄(dirty bomb·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재래식 폭탄)’ 같은 무기는 피해 확산범위가 넓지는 않지만 일반인에게 유발하는 심리적 공포는 크다.
○ 김정은이 참석해 북핵 논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핵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는 조건이라면 (새 지도자 김정은도) 얼마든지 초청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는 본질적으로 국가의 핵무기 개발이나 국가 간 핵무기 기술이전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정상회의의 의제와는 관련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북한 지도자를 초청함으로써 핵안보정상회의 개념 자체가 흐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입지가 불안정한 김정은이 얼굴을 내밀 가능성도 매우 낮다. 북한은 22일 “북침 핵전쟁 불장난이 벌어지고 화약 냄새가 짙게 풍기는 속에서 핵안전이요 뭐요 하는 것이야말로 우롱이고 모독”이라며 “반공화국 핵소동을 단호히 짓부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핵안보보다 원전 폐기가 먼저?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참여하는 ‘핵안보정상회의대항행동’은 “문제의 근원인 핵을 완전히 없애야 하는데 그 핵심은 놔두고 핵안전을 논의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원전도 모두 폐기해야 한다”며 탈핵(脫核)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원자력은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은 아니더라도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핵안보를 논의하는 회의를 원전 폐기 같은 정치적 논란의 계기로 끌어들이는 것은 회의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핵안보정상회의대항행동의 주장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 보인다”며 “주장하는 내용이 정상회의의 맥락과 맞지 않을뿐더러 에너지 수급을 위한 대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핵안보정상회의는 이번으로 끝?
이번 정상회의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당초 참가하기로 했던 일부 정상이 막판에 사정이 있다며 대리인을 보내겠다고 통보하는 등 참가자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핵안보정상회의를 이어갈 동력이 떨어졌다며 이번 서울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사실 최근까지도 차기 정상회의 개최국을 확정하지 못해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달 말 네덜란드가 제3차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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