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남은 임기 1년 동안 서민의 아픔을 헤아리는 정책을 펴가겠지만 정치권의 선심성 복지공약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견은 영남권 신공항 공약의 백지화를 계기로 지난해 4월 1일 가진 회견 이후 11개월 만에 이뤄졌다. 》 ○ 측근 비리-사저 “정말 가슴이 꽉 막힌다. 화가 날 때도 있고 가슴을 치고 밤잠을 설친다.” “밤잠 설치고 국민들에게 할 말 없어… 사저는 전적으로 내 탓”
이 대통령은 친인척 비리에 대해 사실상의 사과 발언을 내놓았다. 내곡동 사저 논란에 대해선 “앞으로 제가 살아갈 집인데도 소홀히 했다. 제가 챙기지 못한 게 이런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과’ ‘송구’ ‘죄송’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민 앞에 진정한 마음에서 사과를 안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전 준비과정에서 고민한 대목”이라며 “꼭 천편일률적인 단어가 들어가야 사과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슴이 막힌다’ ‘가슴을 칠 일이다’ 같은 표현은 이 대통령이 평소 절박한 심정을 표시할 때 자주 쓰는 말이어서 이 대통령 고유의 표현을 쓰도록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회견 직후 이 대통령은 사과했느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일자 참모들에게 “내가 그토록 절박한 마음으로 말했는데, 그걸 못 믿겠다는 게 매우 아쉽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 편중 인사 논란 “결과적으로 그렇게 본다면 앞으로 시정해 나가겠다.” “업무효율 위주 인사… 학연-지연 지적 나온다면 앞으로 시정”
이 대통령은 ‘고소영’ ‘강부자’ 등 인사의 난맥을 꼬집는 유행어가 나온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특정 학연과 지연을 따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 그럼에도 오해가 있다면 앞으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최근에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일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관점에서 정책을 잘 이해하고 능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했다”고 말했다. 업무의 효율이 1차 인선기준이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국무총리를 지낸 한덕수 씨를 주미 대사로 기용한 사례를 들며 “반대가 많았지만 목표가 같고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의 경우 당선되면 당선자의 출신 지역에 기반을 둔 참모들이 백악관에 다수 포진하는 사례도 제시했다. 하지만 청와대 외의 공기업 등에 대선 기여자가 적지 않게 진출한 것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 포퓰리즘 공약 “다음 정부, 젊은 세대에게 부담 주는 일은 하지 않겠다.” “복지강화 이의 없지만 선심엔 걱정… 후대 부담 주는 일 안해”
이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해의 임무 중 하나가 “국익과 나라의 미래가 걸린 핵심 정책은 원칙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 선거를 앞두고 재정 뒷받침이 없는 선심성 공약에 대해 걱정이 많다”며 정치권의 포퓰리즘 공약을 비판했다.
회견 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서는 이 사안을 놓고 토론이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선거를 앞두고 이런 비판은 부담이 크다’는 의견에도 “나라의 미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당장의 필요 때문에 후대에 부담을 주는 줄 알면서도 모른 체하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해 왔다.
다만 이 대통령은 “복지를 점진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다. 정부의 복지 예산도 매년 크게 늘었다”며 “우리 정부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위한 맞춤형 복지, 일자리를 통한 복지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서민-상생 경제 “1년간 할머니의 삶이 좀 나아졌다는 말이 나오게 하겠다.” “새벽 시장 할머니 삶이 나아지게 하는 게 1년 남은 나의 일”
이 대통령은 2008년 말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박부자 할머니의 이야기를 다시 설명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할머니는 내게 ‘세상 다 어려운데, 난들 안 어렵겠느냐. 내가 매일 새벽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한국의 국격이 높아지더라도 이런 할머니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아무 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박 할머니를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갑작스러운 김정일 사망 때문에 만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대통령은 “나는 친(親)대기업이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것이 시대적 가치다”라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의지를 밝혔다. ○ 남북-對中 관계 “중국이 탈북자 문제를 국제규범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北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 맞았지만 대화는 좀 기다려봐야”
이 대통령은 강제 북송 위기에 처한 중국 내 탈북자 문제를 두고 각계의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정부를 향해 국제규범에 의거해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중국이 가입한 난민협약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북송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였다. 다만 이 대통령은 “중국과 계속 협의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동향과 관련해 “북한이 갈등을 조장해 선거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수준이 거기에 영향받지 않을 것이며, 갈등을 조장해서는 남쪽에서나 북쪽에서 얻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임기 마지막 해의 남북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은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우리가 좀 (북한의 선택을)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김정은 체제로의 전환기인 점을 감안해 특별한 대북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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