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무시하던 朴시장, 여론 압박에 ‘재검’ 정면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23일 03시 00분


총선앞 야권 악재될까도 우려
의대교수의 “재검” 조언 수용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 박주신 씨에게 공개적인 재검을 받도록 한 것은 여론의 압박과 의혹 제기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용석 의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 공개 이후 의사들까지 나서 “박 씨 체형의 사진으로 볼 수 없다”고 하면서 의혹이 커지자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박 시장은 강 의원이 올해 초 아들의 병역 의혹을 처음 제기했을 때만 해도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한 강 의원이 “4급 판정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까지 치고 나오면서 의혹이 커졌다. 특히 19일 감사원 홈페이지에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나영이’를 수술한 세브란스병원 한석주 소아외과 교수가 감사를 촉구하는 글을 올린 데 이어 21일엔 박 씨에게 진단서를 발급한 담당의사까지 “박 씨 체형에서는 나오기 힘든 MRI”라고 주장하자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아들의 병역 의혹이 국가적 이슈로 확대되자 박 시장은 재검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권오중 서울시장 비서실장은 “의료계까지 공개된 MRI 사진만 보고 오해를 하기 시작해 소모적인 논쟁을 막기 위해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아들의 병역 자료를 공개하기로 결정한 20일 밤 평소 알고 지내온 의대 교수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수는 박 시장에게 “정정당당하게 재검에 응하면 응원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 논란이 4월 총선에서 야권에 악재가 돼서는 안 된다는 정치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민주통합당 입당을 앞두고 있는 박 시장의 이미지가 아들 병역 문제로 악화되는 점을 우려해 선거 전 의혹 해소를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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