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의 ‘말 바꾸기’ 논란이 전면전으로 번지면서 4·11총선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23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말 바꾸기’를 비판한 데 대해 “있을 수 없는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며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받아쳤다. 지난달 15일 당 대표 취임 후 이 대통령을 겨냥한 발언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공격이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 옛 정권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집중 비판하고 선전포고하는 일은 없었다. 인신공격으로 선거 전략을 세우는 건 옳지 않으며 품격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 대표가 이 대통령의 회견을 ‘선거 개입’으로 규정하고 ‘선전포고’ ‘품격에 문제’ 등 거친 표현까지 동원해 정면 대응한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놓고 새누리당이 설정한 ‘민주당=말 바꾸기 당’이라는 프레임에 끌려가면 총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한미 FTA 등에 대해 입장을 바꾼 배경을 적극 해명하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공격하며 제1야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려 애썼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미국의 금융위기로 국제적 금융질서가 엄청나게 변했다”며 ‘상황 변화’ 논리를 거듭 주장했다.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서는 “원래는 민·군항 복합기지로 설치하기로 했는데, (현 정부는) 완전히 군사기지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만 해도 당선된 후 하루아침에 백지화하기로 했다”며 ‘말 바꾸기’를 거꾸로 공격했다. 이용섭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이 대통령이 말 바꾸기의 원조, 고수, 달인”이라며 “충청권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해 놓고 후에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해 지역 간 갈등을 유발했고, 매년 7% 경제성장을 약속했지만 연평균 3.1%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박 위원장이 최근 친노(친노무현) 세력을 겨냥해 “폐족(廢族)이 심판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비판한 데 대해선 MB 실정에 대한 ‘박근혜 공동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위원장은 운전석과 조수석에서 (이 대통령과) 나란히 간 것에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여당에는 날을 세웠지만 총선과 관련해선 몸을 낮추려 노력했다. 오만하다는 여론이 일 것을 우려해 ‘부자 몸조심’ 모드를 취한 것. 총선 전망에 대해 그는 “1차 목표는 원내 제1당이 되는 것이고 당의 많은 분들 생각 같아서는 (원내) 과반을 하고 싶다”면서도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지만 저희 판단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부산경남 판세에 대해선 “새누리당의 오랜 텃밭이어서 당선의 고개를 넘을지 낙관할 수 없지만 (부산 사상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당선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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