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난민기구(UNHCR)가 24일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의 송환을 중단할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이드리언 에드워즈 UNHCR 대변인은 “체포된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밀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 당국과 대화해 왔으며 중국 정부가 난민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탈북자 강제북송을 반대하는 국내 여론은 24일 촛불시위와 서명운동 등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 저녁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북한 인권단체들의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강제북송 반대 호소문을 낭독하고 국내 정치권과 시민단체 그리고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탈북자 허광일 씨는 “탈북자 북송은 반인륜적 행위로 좌우 이념에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목적에 공감하는 모든 시민이 힘을 모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25일에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촛불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광주에서는 25일 금남로에서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촛불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탈북했다가 북송돼 악명 높은 증산교화소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지현아 씨(33)는 “중국 당국이 탈북자 북송을 중단할 때까지 계속 시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광주의 일부 탈북자는 합법적 집회 개최 신고를 위한 조직이 필요해 임시로 ‘탈북자강제북송중지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16일부터 매일 강제북송 반대 집회장에 나오고 있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 졸업생들이 만든 단체인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14일부터 웹사이트(www.savemyfriend.org)에서 진행하는 서명운동 참여자가 11만 명을 넘겼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탈북자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언론 보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등 100여 개국에서 서명에 동참했다. 특히 24일 하루에만 8만 명이 서명에 동참해 국내외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을 보여 줬다. 세이브 마이 프렌드는 10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유엔인권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5년차 이내의 젊은 변호사 325명도 이날 긴급 호소문을 내고 “중국은 체포된 탈북자들이 난민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촉구했다. 변호사들은 “탈북자들은 국제법상 난민에 해당한다”며 “중국은 난민협약상의 강제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통일문학포럼도 이날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을 중단하고 그들을 국제난민협약에 의거해 합당한 대우를 해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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